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에 따라 중국 내에서 마스크가 부족해지자 한국 등 다른 나라에 있는 중국인들이 마스크 물량을 대거 확보해서 중국으로 보내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국내 마스크 품귀 현상과 가격 폭등에는 이같은 중국인들의 ‘싹쓸이’ 쇼핑이 한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중국인 관광객들이 많은 서울 명동의 한 약국 관계자는 2일 “중국인 관광객 한 명이 마스크 400만~500만원어치씩 사가기도 했다”며 “1박스에 900개 정도 들어 있는데 4~5박스씩 사 간 것”이라고 말했다. 명동의 다른 약국 관계자는 “중국인 관광객들이 설 연휴에 마스크를 죄다 사 가서 남은 게 없다”고 전했다.
한 네티즌은 명동에서 중국인 관광객들이 마스크를 상자째 사가는 모습을 담은 사진을 인터넷에 올리기도 했다.
국내에서 중국 관광객들의 마스크 구매가 잇따르면서 우체국도 북새통을 이루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마포구의 한 우체국 관계자는 “설 연휴 이후 중국으로 마스크를 보내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며 “근래 들어 중국으로 가는 항공 소포가 평소보다 500% 늘었다는 공문도 봤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대부분 국내에 거주하는 중국인들이 중국에 있는 지인이나 친인척들에게 마스크를 보내는 것”이라며 “한 사람이 많게는 3상자를 중국에 보내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일부 중국인들은 국내에서 산 마스크를 중국에서 비싼 가격에 되팔기도 했다.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에는 “한국산 마스크를 판다”며 국내에서 2000원대에 거래되는 마스크를 약 1만6000원대에 판매하는 글들이 올라왔다.
국내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중국인들이 소셜미디어에 올린 돈다발 사진을 공유하며 “요즘 한국에 거주하는 중국인들이 이렇게 마스크를 되팔아 번 돈을 인증하는 게 유행”이라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한국뿐만 아니라 호주, 대만, 일본 등에서도 중국인들의 대량 구매에 따른 마스크 품귀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대만에서는 마스크 품귀 현상이 일어나자 지역 내 공장에서 하루 400만개 생산하는 마스크 전량을 지난 31일부터 정부가 사들이는 방침을 내놨다. 일본에서는 중국인 관광객 때문에 마스크 품귀 현상이 벌어지자 도쿄의 한 약국이 1인당 1박스의 마스크만 살 수 있도록 제한하기도 했다.
김영철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