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박 5일간 제주를 관광하고 돌아간 중국인이 귀국 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확진 판정을 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국내 확진 환자 첫 발생 2주가 다 되도록 제주도가 무사증 제도(비자없이 한 달 체류 가능)의 제한 여부를 고민만 하는 사이, 제주 여행객이 감염 판정을 받으면서 도정의 대응 속도에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까지 제주에는 확진 환자가 없지만, 이번 중국인 관광객이 바이러스 감염 상태에서 제주를 여행한 가능성이 큰 만큼 제주도 더 이상 안전지대가 아니게 됐다.
2일 제주도에 따르면 지난달 21일 딸과 함께 제주공항으로 입국해 4박 5일간 제주에 머무르다 중국으로 돌아간 52세 여성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여성은 귀국 직후인 지난달 26일부터 발열 증상을 보이다 30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제주도는 1일 오후 4시 국토교통부 제주지방항공청으로부터 내용을 전달받았다.
제주도는 통보받은 즉시 질병관리본부에 연락한 결과 관리·발표 대상이 아니라는 답변을 받았으나, 제주도 차원에서 자체 동선 파악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감염되지 않은 딸과의 전화 통화와 CCTV 분석, 신용카드 정보 조회 등으로 이들의 이동 동선과 밀접 접촉자를 확인하고 있다. 2일 현재 확진자 딸은 “별다른 밀접 접촉자가 없었다”고 답했으나, 도는 24~25일 이들이 방문했던 숙소와 커피숍, 식당, 이동수단이었던 관광버스와 시내버스 등을 상대로 접촉 여부 확인 작업을 진행 중이다. 해당 여행객이 4박 5일간 체류한 호텔 내 접촉자 5명에 대해서는 자가 격리 조치했다.
제주 여행객의 확진 소식이 알려지면서 도민들의 시름은 깊어지고 있다. 이들이 이용 동선이 명확히 확인, 공표되지 않으면서 집 안을 제외한 모든 공공장소가 잠재적 감염 장소로 인식되고 있다. 관광 수입을 기반으로 하는 상당수의 서비스업 종사자와 자영업자들은 관광 경기 위축을 예견하고 자체적인 허리띠 졸라매기에 들어갔다.
특히 이들 여행객이 국내에 첫 확진 환자가 발생한 지난달 20일 이후 제주에 들어온 무비자 관광객이라는 점에서, 제주도가 무사증 제도에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 비판이 실리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무사증 입도객의 98%가 중국인이었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2일 오전 긴급 브리핑을 열어 중국인 입국 일시 금지, 중국인 무비자 일시 중지, 질병관리본부 사례관리에 잠복기 해당자 포함 등 3가지 사안을 정부에 공식 건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신종 코로나 감염 사태의 발원지가 중국이고, 현재까지 1만4543명(25개국, 2일 기준)이 감염되고 이중 304명이 사망하는 등 세계보건기구(WHO)까지 국제적 비상사태를 선포한 상황임을 고려하면 무사증 제도에 대한 제주도정과 정부의 대응이 미온적이라는 지적은 피할 수 없어 보인다. 행정의 대응 미흡으로 제주에 확진자가 잇따를 경우 도민 감염 피해는 물론, 관광경기 위축 장기화도 우려된다.
앞서 제주도는 30일에야 중국인 대상 무사증 입국제도 일시중지 방안을 법무부와 논의하고 있다고 공식 발표했다. 국내 코로나 감염 환자는 지난 1월 20일 첫 판정 됐다.
한편 해당 여성은 중국 춘추항공 항공편으로 지난달 21일 제주국제공항으로 입국한 뒤 25일 중국 양저우로 귀국했다. 제주에서 돌아간 다음 날인 26일 발열 증상이 나타나 양저우에서 격리됐고, 30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