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 호남 돌풍 안철수, 이번엔 “탈지역 중도 정당 창당”

입력 2020-02-02 11:58 수정 2020-02-02 12:04
바른미래당을 탈당한 안철수 전 의원이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정민당 창립준비위원회 임원진과의 간담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

바른미래당을 탈당한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2일 탈지역 탈이념을 기치로 중도 실용정당을 창당하겠다고 밝혔다. 4년 전 호남에서 돌풍을 일으켰던 국민의당의 ‘지역 기반 정당’ 모델을 버리겠다는 의미다.

안 전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창당 비전 발표 기자간담회를 열고 “대한민국 산업화와 민주화의 성공 역사가 무너져 내리고 있다”며 “대한민국이 이대로는 안 된다는 소명의식으로 다른 정당과 완전히 차별화되는 정당을 만들고 싶다. 이념과 진영정치를 극복하고 무책임한 정치를 퇴출시키겠다”고 말했다. 앞서 안 전 대표는 바른미래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맡겠다는 계획이 손학규 대표의 거부로 무산되자 곧바로 창당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안 전 대표는 신당의 정치 노선을 ‘실용적 중도주의’로 규정했다. 안 전 대표는 “옛날 생각에 사로잡혀 자기 생각을 바꾸지 않는 것은 수구 진보, 수구 보수”리며 “현시점에서 최선의 해결방법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대화와 타협을 하는 게 정확한 실용 중도의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안철수표 중도 노선이 모호하다는 정치권 안팎의 비판을 의식한 듯 “(이런 것을 모호하다는 것은) 무식하거나 아니면 기득권 정치를 보호하려는 궤변에 불과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이어 “중도가 그렇게 편한 길이 아니다. 중도는 중간에 서는 게 아니라 중심을 잡는 것”이라며 “양극단의 정치세력이 자기 (지지 세력)을 세금으로 먹여 살리기 바쁘다. 이들의 공격이 들어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투쟁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며 “투쟁하는 중도가 되겠다”고 강조했다.

안 전 대표는 우선 작지만 유능한 정당을 만들겠다면서 신당의 국고보조금을 절반 수준으로 줄이겠다고 밝혔다. 이어 당원들이 모바일 플랫폼을 통해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공유정당’을 만들겠다고 설명했다. 신당의 예산 사용 내역 등을 블록체인 시스템을 활용해 투명하게 공개할 것이라고도 했다.

21대 국회 입성을 전제로 정당 혁신에 관한 의견도 밝혔다. 안 전 대표는 “일 안 하면 못 버티는 국회를 만들 것”이라며 “국회법을 개정해서 국회의원 출결 상황을 실시간 공개한다든지, 불출석하면 세비를 삭감하는 등의 불이익을 (도입하는 것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신당의 국회의원들은 장외집회와 장외투쟁 참여보다 국회 내에서 열심히 투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간담회에는 안철수계로 꼽히는 권은희‧김삼화‧김중로‧신용현‧이동섭‧이태규·김수민 바른미래당 의원과 과거 국민의당 창당준비위원장을 맡았던 한상진 서울대 명예교수가 자리를 함께했다.

심우삼 기자 s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