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세론 바이든’이냐, ‘상승세 샌더스’냐…3일 첫 경선 ‘아이오와 코커스’

입력 2020-02-02 07:29 수정 2020-02-02 07:31
3일 ‘아이오와 코커스’로 미 대선 레이스 본격 개막
공화당 후보로는 트럼프 사실상 확정
민주당은 바이든과 샌더스 ‘양강 구도’
아이오와 코커스 승자는 기선제압 이상 효과
워런 돌풍 잠잠해지면서 샌더스 ‘반사효과’


조 바이든 전 부통령. AP뉴시스

미국 공화당과 민주당은 3일(현지시간) 아이오와주에서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첫 경선을 실시한다. 아이오와주 코커스(당원대회)는 올해 11월 3일 치러질 미국 대선 레이스가 개막됐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이번 대선의 공화당 후보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사실상 확정됐다. 공화당도 3일 아이오와 코커스를 실시한다. 하지만 요식행위 이상의 의미를 갖지 못한다. 도전장을 내민 빌 웰드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와 조 월시 전 하원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대항마로는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민주당의 아이오와 코커스 결과에 전 세계의 관심이 집중된다. 아이오와 코커스는 미 대선의 풍향계로 불린다.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승리를 거두면 기선제압 이상의 의미가 있다. 민주당 후보들이 아이오와 코커스 승리에 목을 매는 이유다.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AP뉴시스

‘대세론 바이든이냐’, ‘상승세 샌더스냐’

민주당의 아이오와 코커스는 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간의 양자대결로 압축된 분위기다.

지난 1월 미국의 언론과 대학, 여론조사기관들이 아이오와주의 성인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들을 종합하면 바이든 전 부통령과 샌더스 상원의원이 결과를 예측할 없는 혼전 양상을 펼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정치전문조사기관 ‘리얼클리어 폴리틱스’는 지난 1월 아이오와주를 대상으로 실시된 여론조사들을 9개 추렸는데, 이중 샌더스가 5번 이겼고, 바이든이 4번 이겼다.

아이오와의 민주당 민심은 지금 바이든과 샌더스를 놓고 오리무중에 빠진 모양새다. 뚜껑을 열기 전까지 결과를 예단하기 힘든 것이다.

아이오와주립대가 지난달 23∼27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샌더스는 24%를 얻으며 15%에 그친 바이든을 9%포인트 격차로 눌렀다.

하지만 바이든이 우세하다는 여론조사도 만만치 않다. 여론조사기관 ‘데이비드바인더 리서치’와 미국 농민조사기관인 FRA의 공동 여론조사에서는 바이든(24%)이 샌더스(14%)를 10%포인트 차로 앞섰다.

그러나 샌더스가 상승세에 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CNN방송과 아이오와주 디모인에서 발행되는 지역지 ‘DM 레지스터’가 지난달 2∼8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샌더스(20%)가 바이든(15%)을 5%포인트 앞섰다. 하지만 똑같은 기관이 지난해 6월 2∼5일 진행한 여론조사에서는 바이든(24%)이 샌더스(16%)를 8%포인트 격차로 제쳤었다.

같은 여론조사에서 7개월 사이 아이오와주에서 샌더스의 지지율은 4%에 올랐지만, 바이든은 9% 하락한 것이다.

아이오와 민심은 백중세지만 전국적 지지율에서는 바이든이 샌더스보다 조금 앞서있다는 평가다. ‘바이든 대세론’이 아직 유효하다는 것이다.

ABC방송과 워싱턴포스트가 이번 대선에 투표 의향이 있는 미국 전국 성인 1004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20∼2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바이든은 34%를 획득하며 22%에 그친 샌더스에 크게 앞섰다.

하지만 전국적인 지지도에서도 샌더스가 상승기류를 탔다는 분석이 나온다. NBC방송과 월스트리트저널이 지난달 26∼29일 진행한 여론조사에서는 샌더스(27%)가 바이든(26%)을 1%포인트 차로 근소하게 눌렀다.

‘워런 돌풍’ 잠잠해지면서 샌더스 ‘반사효과’

지난해 하반기까지 민주당의 대선 후보 경선 구도는 바이든과 샌더스에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을 더한 ‘3강 구도’였다. 하지만 돌풍을 일으켰던 워런 상원의원이 주춤하면서 샌더스가 그 열매를 차지하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샌더스와 워런은 민주당 내에서 진보 가치를 대변하는 후보들이었다. 그러나 워런에 실망한 지지층이 샌더스로 이동했다는 것이다. 워런은 증세 없는 전국민 의료보험, 부유세 등을 들고 나온 것이 자충수가 됐다. 실현 가능성이 낮은 데다 너무 급진적이라는 비판을 받으면서 지지율이 쪼그라들었다. 워런의 부진으로 자연스럽게 민주당 내부의 진보 후보 단일화가 이뤄진 셈이다.

워런은 현재 바이든과 샌더스에 확연히 뒤지는 3위 자리에 머물고 있다. 하지만 3위 자리도 안심할 수 없다는 것이 워런의 걱정이다. 아이오와 코커스에서는 피트 부티지지 인디애나주 사우스벤드 전 시장의 위협을 받고 있고, 전국 지지율에서는 억만장자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의 도전에 직면해있다.

부티지지 전 시장은 2008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성공 케이스를 모델로 삼고 있다. 당시 힐러리 클린턴 뉴욕주 상원의원과 경선에서 맞붙었던 오바마는 기선제압을 위해 아이오와 코커스에 화력을 집중했다. 부티지지 전 시장도 아이오와 코커스에 모든 것을 쏟아붓고 있지만 바이든·샌더스를 극복하기엔 버거워 보인다.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TV광고를 싹쓸이 한 블룸버그 전 시장은 로이터통신과 조사기관 입소스가 지난달 29∼30일 공동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워런을 제치고 3위에 올랐다. 뒤늦게 대선전에 뛰어든 블룸버그는 아이오와 코커스를 건너뛰고 3월 3일 ‘슈퍼 화요일’에 집중한다는 전략이다.

트럼프 잡을 수 있을까…미국 민주당의 고민

바이든과 샌더스의 양강구도를 보는 미국 민주당의 심정은 복잡하다. 트럼프 대통령을 반드시 물리칠 수 있다는 신뢰감을 심어주기에는 부족하기 때문이다.

바이든과 샌더스의 약점은 뚜렷하다. 바이든은 신선함이 부족하고, 샌더스는 급진적인 성향이 걸림돌이다. 하지만 77세의 바이든과 78세의 샌더스 모두 고령이라는 공통의 약점이 있다.

하지만 현재 미국 민주당 민심은 바이든과 샌더스로 좁혀진 형국이다. 확실한 필승카드는 아니지만 지금 국면에서는 이들을 압도할 인물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여성을 대표하는 워런, 37세의 젊은 바람 부티지지, 중도 성향 블룸버그가 향후 민주당 경선에서 돌풍을 일으킬지 여부가 마지막 변수다.

민주당은 ‘반(反) 트럼프’ 바람에 기대를 걸고 있다. 또 승부를 예측할 수 없는 대선 후보 경선이 계속되면 민주당에 관심이 집중될 것이라는 낙관론도 있다. 그 첫 시작이 아이오와 코커스다.

디모인(아이오와주)=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