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올가미’ 벗어난 트럼프…볼턴 ‘폭탄증언’ 무산

입력 2020-02-02 05:56 수정 2020-02-02 07:10
미 상원 표결서 반대 51표·찬성 49표 볼턴 증언 무산
공화당 집안 단속 성공…반란표 2표에 그쳐
미 상원, 트럼프 탄핵 표결 5일(현지시간) 실시 예정
공화당이 상원 장악해 탄핵 가능성 거의 없어
트럼프, 4일 국정연설…탄핵 사슬 벗고 연설 계획은 물거품
하지만 대선 국면서 ‘우크라 스캔들’ 화약고 가능성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탄핵 위기에서 사실상 벗어났다.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미국 상원 탄핵심리 증언이 무산됐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볼턴의 폭탄 발언이라는 마지막 걸림돌을 제거했다.

탄핵 절차도 마무리 수순에 접어들었다. 미 상원은 트럼프 대통령 탄핵 여부를 결정지을 투표를 5일 오후 4시(현지시간·한국시간 6일 오전 6시)에 실시하는데 합의했다. 상원은 여당인 공화당이 장악하고 있어 트럼프 대통령이 탄핵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것이 일반적 분석이다.

탄핵안이 부결되면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에 대해 거센 공격을 퍼부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탄핵 소추를 불러온 ‘우크라이나 스캔들’은 올해 미국 대선 국면에서 여전히 화약고로 작용할 전망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탄핵 절차가 끝나더라도 우크라이나 스캔들을 둘러싼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의구심은 상원에서 선거운동 공간으로 무대를 옮겨 이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AP뉴시스

미 상원은 지난 31일 탄핵 심리에 볼턴을 비롯한 새로운 증인들과 추가 증거를 채택할지 여부에 대한 표결을 실시했다. 투표 결과는 반대 51표, 찬성 49표였다. 새로운 증인을 채택하지 않기로 결정된 것이다. 볼턴의 입을 통해 대역전을 노리던 민주당의 전략은 물거품이 됐다. WP는 “이번 상원 탄핵 심리는 새로운 증인이 없는 첫 사례가 됐다”고 전했다.

공화당은 이탈표를 최소화하며 집안 단속에 성공했다. 전체 100석인 미 상원은 공화당 53석, 민주당 45석, 그리고 민주당 성향의 무소속 2석으로 구성돼 있다.

볼턴 증언을 위해선 최소 4표의 공화당 반란표가 필요했지만, 이탈표가 2표에 그친 것이다. 공화당 소속이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앙숙인 밋 롬니 상원의원과 수전 콜린스 상원의원이 민주당 입장에 동조해 찬성표를 던졌다고 로이터통신은 보도했다.

트럼프 탄핵 여부를 결정할 표결이 5일 이뤄짐에 따라 상원 탄핵 심리도 정리 절차에 들어갔다. 지난해 9월 24일 민주당의 전격적인 탄핵 절차 개시 선언으로 불붙었던 트럼프 탄핵 정국은 4개월 반 만에 막을 내리게 되는 것이다.

상원은 3일 탄핵심리 절차를 재개해 탄핵소추 위원단과 트럼프 대통령 변호인단의 최종 진술이 각각 진행된다. 미 상원의원들은 3∼5일 최종 투표에 앞서 소속 정당에 따라 탄핵 정당성 또는 부당성을 강조하는 릴레이 연설을 실시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4일 의회에서 올해 국정연설을 할 예정이다. 트럼프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이번 국정연설의 주제는 ‘위대한 미국의 복귀’”라고 말했다.

당초 공화당은 상원에서 증인 채택안 표결 부결 직후 탄핵소추안 표결까지 모두 끝낼 것을 추진했으나 민주당의 반대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공화당 일각에서 숙고 절차 없이 표결에 임하는 데 대해 절차상 문제를 제기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이에 따라 탄핵 사슬을 완전히 벗어 던지고 국정연설을 하려던 트럼프 대통령의 계획은 어그러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적인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앞에서 개선장군처럼 연설할 기회를 놓친 것이다.

민주당은 3일 열릴 아이오와 코커스 이전에 탄핵 표결이 실시되는 것을 막았다는 것이 유일한 위안거리다. 아이오와 코커스는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의 출발점이다. 트럼프 탄핵 부결 뉴스가 뒤덮기 전에 아이오와 코커스를 치러낼 수 있게 된 것이다.

탄핵 부결이 미 대선에 미칠 영향에 대해선 분석이 엇갈린다.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스캔들에 대해 면죄부를 받으면서 재선 가도에 속도가 붙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스캔들이 대선 기간 내내 트럼프 대통령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탄핵 부결은 민주당 지지층이 더욱 결집하는 계기로 작용할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디모인(아이오와주)=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