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엑스’ 이슬 작가 “인기? 하니-승언씨의 세련된 워맨스 덕분” [인터뷰]

입력 2020-02-02 12:00
'엑스엑스'를 집필한 이슬 작가. 플레이리스트 제공


이토록 트렌디한 막장극이라니. 화려한 바의 이면, 은밀히 감춰진 사랑 이야기가 피어난다. 주말드라마 단골 소재인 ‘불륜’이 서사 전면에 나오지만 묘하게 고개가 끄덕여진다. 청춘을 고스란히 옮긴 듯한 공감 가는 대사와 상황이 간단없이 이어져서다.

지난달 22일 공개된 이 웹드라마의 이름은 ‘엑스엑스(XX)’. 누적 조회 수 5억회로 콘텐츠 시장에 신드롬을 일으킨 웹드라마 ‘연애플레이리스트’(이하 연플리) 시리즈의 이슬 작가가 썼다. 최근 서울 강남구 네이버 콘텐츠 자회사 플레이리스트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직업물이자 워맨스(여성들의 우정) 소재의 드라마라는 점에서 새로운 도전”이라며 “누군가의 비밀 일기장을 들춰보는 듯한 느낌이 들 것”이라고 자신했다.

소수에게만 오픈된 스픽이지 바를 배경으로 한 극은 과거 절친했다, 멀어진 엘리트 바텐더 윤나나(하니)와 재벌 사장 이루미(황승언)를 중심으로 얘기를 풀어낸다. 집필 계기부터 유별하다. 이 작가는 “우연히 간 스픽이지 바에서 전문적인 여성 바텐더의 모습을 보고 매료됐었다”며 “술과 밀어가 오가는 곳의 바텐더가 비밀을 참지 못하면서 발생하는 일들이 흥미진진할 것이라 생각했다”고 전했다.


'엑스엑스'를 집필한 이슬 작가. 플레이리스트 제공


사실감 넘치는 대사와 극본은 꼼꼼한 취재로 만들어졌다. 여러 바를 답사하고 실제 바텐더들을 만났다. 호응도 대단하다. 네이버 V오리지널 채널과 유튜브 플레이스트 채널에 올라온 콘텐츠들 저마다 수십만 회에서 많게는 백만 회를 웃도는 조회 수를 기록 중이다. 웹드라마로는 이례적으로 MBC에서도 전파를 타는데, 금요일 자정을 넘긴 오전 0시50분 편성에도 2%(닐슨코리아) 정도 시청률을 나타내고 있다.

이 작가는 세련미를 뽐내는 주연 배우들에게 흥행의 공을 돌렸다. 그는 “기획 단계부터 점찍어 둔 분들이다. 배우로 변신한 하니씨, 그리고 승언씨가 극 톤을 한층 젊게 만들어주고 있다”며 “주도적이고 전문적인 여성의 모습이 배어난다. 모두 대본에 포스트잇을 붙여가며 치열하게 연구했다”고 치켜세웠다.

1020 세대를 중심으로 성장한 웹드라마는 대개 10분 내외의 숏폼 콘텐츠로 여겨지곤 한다. 한 회가 20~30분 정도로 끊어지는 엑스엑스는 미드폼 콘텐츠로 볼 수 있다. 온라인에는 “기존 웹드라마와는 다른 느낌”이라거나 “영화 같다”는 글이 줄 잇는다. 내용뿐 아니라 형식 면에서도 과감한 도전인 셈인데, 웹콘텐츠 전성기를 연 이들 중 한 명인 작가의 전망이 녹아든 것이었다. 이 작가는 “농도 짙은 이야기를 위해선 극도 그만큼 길어지기 마련”이라며 “넷플릭스에도 중간 호흡의 콘텐츠들이 많다. 미드폼은 온라인과 TV로 양분된 젊은 층과 중·장년층의 기호를 두루 만족시킬 수 있는 미래형 콘텐츠인 것”이라고 말했다.


'엑스엑스'를 집필한 이슬 작가. 플레이리스트 제공


이 작가는 플레이리스트 입사 전 프리랜서로 활동하며 여러 방송국을 거쳤다. 픽키픽처스에서 영상팀장으로 일하면서 모바일 콘텐츠 감각도 다졌다. 젊은 청춘의 연애를 시종일관 재기발랄하게 풀어낸 데뷔작 연플리의 성공이 결코 우연은 아니었던 셈이다. MBC드라마넷에서 매주 방송 중인 웹드라마 ‘이런 꽃 같은 엔딩’ 등 플레이리스트의 굵직한 대표작이 그의 손에서 만들어졌다.

이 작가가 생각하는 웹드라마의 성공법칙은 명확했다. “바이럴 포인트를 만드는 것”이었다. 그의 기획안에는 꼭 일화를 관통하는 메시지들이 적혀있다고 한다. 전체를 아우르는 중심 서사 외에도 “헤어진 커플이 다시 만날 수 있을까” 같은 질문을 에피소드마다 녹인다. 그는 “웹드라마로 불리지만 엄밀히 말하면 모바일 드라마”라며 “모바일의 특징은 이탈이 쉬우면서도, 빠르게 공유될 수 있다는 점이다. 질문을 던지는 건 시청자와 소통하면서 동시에 관심을 이끄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네티즌의 댓글도 꼭 챙겨본다. 이 작가는 “피드백을 받고 빠르게 변화할 수 있다는 게 웹드라마만의 특별한 매력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벌써 차기작 구상에 들어갔다는 이 작가는 연플리 시즌5 제작에 관해서는 “아직 정해진 것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그렇다면 그가 꿈꾸는 작가의 모습은 무엇일까. 고민을 거듭하던 그는 인터뷰 말미 “계속 도전하는 작가가 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김은숙 작가님을 존경해요. ‘도깨비’부터 ‘미스터 션샤인’까지 매번 새로운 걸 시도하시잖아요. 아픔을 딛고 조금씩 커나가는 엑스엑스 주인공들처럼 저도 화제성과 작품성을 두루 갖춘 작가로 성장하고 싶어요.”

강경루 기자 r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