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경보수준 ‘경계’ 유지…“아직 광범위하게 전파 안돼”

입력 2020-02-01 16:55
홍콩을 떠나 31일 로마 피우미치노 공항(레오나르도다빈치 공항)에 도착한 캐세이퍼시픽 항공기에서 승무원들이 검역 설문지를 나눠주고 있다. 뉴시스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가 위기경보수준을 ‘심각’으로 올리지 않고 현재의 ‘경계’ 수준으로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중국인의 국내 입국을 통제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내부적으로 계속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 겸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1일 오후 2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발생현황 일일 정례브리핑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아직은 (코로나 바이러스가) 광범위한 지역사회 전파 상황이라고 보기는 어렵고 그렇게까지 가기 전 단계에서 이것을 차단할 수 있는 방법이 뭔지에 대해 여러 부처들이 같이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위기경보수준을 한 단계 높은 ‘심각’ 단계로 올리지 않고 현재의 ‘경계’ 수준을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정 본부장은 “아직은 위기 단계를 심각 단계로 올리는 것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전했다.

한편 중국인의 입국을 통제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이날 오전 11시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 겸 중앙사고수습본부 부본부장이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 결정하겠다’고 말한 것과 같은 맥락으로 답변했다. 정 본부장은 “세계보건기구(WHO)는 위기선언을 했지만 여행이나 무역에 대한 제한을 적절하지 않다고 제언했다. 그러나 많은 국가들이 국가에 맞는 금지조치들을 시행하고 있다”며 “춘절 기간 동안 지역 내 접촉으로 인한 환자들이 발생했다. 지금은 거의 50% 가까이가 우한시 이외의 지역에서 환자들이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부분에 대해서 예의주시하고 있고, 이 부분을 어떻게 통제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정부 부처 내에서 계속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WHO는 지난 31일 사람과 물품의 이동에 제한을 두는 것은 비효율적이며 필요한 지원을 제한하고 발생국가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권고했다. 하지만 이와 관계없이 미국과 일본의 경우 중국에서 자국으로 입국하려는 외국인에 대해 입국제한 조치를 하고 있으며, 이탈리아는 중국에서 출발한 항공편을 전부 제한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중국인 입국을 금지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60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여기에 현재까지 신종 코로나 확진을 받은 환자는 12명으로 늘어났고, 12번째 환자의 경우 일본을 통해 국내로 입국한 중국인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중국인 입국 금지’에 대한 목소리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이와 관련 특정인을 어떻게 조사대상자로 분류할지 결정하는 기준인 ‘사례정의’의 변경사항도 논의가 진행 중이다. 12번 환자는 중국 국적의 여행 가이드로 일본에서 국내로 입국한 터라 일본 정부는 이 환자의 입출국 정보를 중국에만 통보했다. 일본 확진자와의 접촉자였으나 중국인이기 때문에 우리 정부는 이 환자의 입출국 정보를 받지 못했었다.

정 본부장은 “환자의 신고를 받고 일본으로부터 접촉자가 맞는지 명단을 확인했다”며 “이 사람이 어느 비행기를 타고 어디로 갔는지까지는 일본이 파악하지 않았다. (이런 경우) 우리가 만약 명단을 받으면 그 사람이 어디에 있는지, 우리 국적자라면 우리 정부가 파악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조사대상자 기준을) 중국 전체의 접촉력으로 확대하면 오히려 진짜 의심환자를 놓칠 수 있기 때문에 어떤 정도의 수준을 만들어야 가장 적절한 그물망으로 사례정의를 만들 수 있을까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며 “적어도 후베이성에서 오신 분하고의 접촉력은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검토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