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이 우한 교민들을 공항부터 격리시설까지 수송 작전에 투입된 경찰관들에게 당초 ‘자가격리’ 지침을 내렸다 논란이 일자 뒤늦게 대책을 마련한 것으로 전해졌다. 작전에 투입됐던 경찰들은 “목숨을 담보로 갔는데, 후회된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도 “경찰도 사람”이라며 분노했다.
채널A는 우한 교민들을 태울 미니버스를 운전한 전국 36개 경찰서 소속 경찰관들의 말을 인용해 경찰청에서 임무를 마친 경찰관들은 자택에서 ‘자가격리’하라는 지침을 받았다고 지난 31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수송 임무를 마친 경찰관들은 충남 아산에 있는 경찰수사연구원에서 휴식을 취한 뒤 2월 1일 예정된 추가 수송 작전까지 마치고 14일간 휴가를 받는다. 이들은 밀폐된 버스 안에서 2시간 반 정도 운전하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노출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방역복으로 온몸을 감싸고 고글과 마스크, 장갑까지 착용했어도 안심할 순 없는 상황이다.
그중 진천으로 향하는 버스 중 한 대는 경기 안성을 지나던 중 고속도로에서 엔진 과열로 멈춰 교민 20명 정도가 예비 버스로 옮겨 타는 소동까지 벌어져 노출 시간은 더 길었던 경찰도 있다. 그런데도 경찰청은 작전에 투입된 경찰관들에게 자택에서 ‘자가격리’를 하라는 조처를 내렸다.
이에 분통을 터뜨린 한 경찰은 “자가 대기를 하면 가족들은? 집에 가면 아기도 있고 어르신도 있는데 그 사람들은 괜찮나. 같이 대기(격리)를 시키든지”라고 매체에 말했다. 또 다른 경찰도 “아내도 걱정하고. 일 끝나고 집으로 들어갈 때 옷을 바지랑 윗옷이랑 새로 사서 입고 들어오라고 하더라”고 우려했다.
작전에 지원한 것으로 후회한다는 경찰관도 있었다. 이 경찰은 “지금 후회막급이다. 내 목숨을 담보로 가지 않냐”며 “복지부 소관을 왜 경찰이 안고 있느냐”는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뿐만 아니라 지방경찰청의 한 간부는 “작전에 투입된 경찰관은 휴무하되 이상이 없을 경우 출근하면 된다”는 글을 경찰 내부망에 올려 일선 경찰관들의 실망과 분노가 가중됐다.
논란이 일자 경찰청은 뒤늦게 집이 아닌 별도의 숙식 장소를 희망할 경우 최대 2주 동안 제공하겠다고 안내했다.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도 함께 분노했다. “경찰이 왜 수송하냐. 질병관리본부나 복지부 직원이 해야 하는 것 아니냐” “경찰관이 로보캅도 아닌데… 뭔가 대책을 마련하고 동원했어야지” 등의 반응이 이어졌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