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아산 주민 “일방 통보에 불만… 그래도 같은 국민인데”

입력 2020-02-01 00:10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발생지인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귀국한 교민들을 태운 버스가 31일 임시생활시설로 지정된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 도착하고 있다. 연합뉴스

“다 같은 국민이고 가족인데 우리라고 반대하고 싶었겠어요.”

정부가 보낸 전세기를 타고 귀국한 중국 우한 교민들이 31일 오후 격리수용 시설인 충남 아산 소재 경찰인재개발원에 ‘무사히’ 입소했다. 아산 주민들은 전날까지만 해도 “정부의 일방적인 결정에 동의할 수 없다”며 우한 교민들의 입소를 반대했다. ‘아산 주민은 국민 아니냐’는 반대 현수막이 곳곳에 걸렸고, 트랙터로 진입로를 막기도 했다.

그러나 우한 교민들이 도착하기 1시간 전인 31일 오전 11시 주민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몰아붙이기 행정에 반대하고 싶었을 뿐 우한 교민들을 불편하게 하려던 것은 아니다”라며 수용 의사를 밝혔다. 극적인 반전이었다. 어떤 이유가 있었을까. 아산시 초사2통 김재호 통장에게 물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31일 오후 중국 우한 교민들의 아산 경찰인재개발원 도착이 임박한 가운데 한 주민이 트랙터를 몰고 인재개발원으로 들어가려고 하자 경찰이 저지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날까지 교민 입소를 반대하셨다.
“처음에 격리시설이 아산으로 바뀌었다는 소식을 듣고 황당했다. 아산이 힘이 없으니까 정치권에서 우리 동네를 격리시설로 정한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주민들의 의견을 듣는 과정이 없었다. 발병자가 계속 나와서 무서운데 우한에 있던 교민들이 집 옆으로 온다고 통보를 받으니 당황스러웠다.”

-주민들이 걱정하신 건 어떤 부분인가.
“당연히 감염 위험이 걱정됐다. 동네에 어르신들이 많다. 70세 이상 인구가 80%가 넘는다. 감기만 걸려도 위험한 나인데 전염병이가 들어온다고 하니 당연히 걱정되지 않겠냐.

솔직히 정부가 하는 발표도 다 믿기 힘들었다. 절대 바이러스가 새나가지 않게 조치하겠다고 했지만 워낙 용두사미로 진행되는 행정이 많아서 불신이 있었다. 식료품 전달하시는 분들이나 출입하시는 관계자들에 바이러스가 묻어서 동네에 퍼질 수도 있을 것 같아 무섭다.

지역 경제도 큰 걱정이다. 인재개발원 앞에 호프집이랑 밥집이 11개 있다. 교민들이 개발원 안에 격리되어 있다고 하면 누가 그 앞에 가서 밥을 먹고 술을 먹겠냐. 장사가 안될게 뻔하다. 개발원 바로 앞이 아니더라도 아산 전체에 사람들이 오지 않을까 걱정됐다. 온양저수지 같은 경우엔 완전히 관광객들 상대로 장사해 생계를 이어가는데 큰 걱정이다.”

중국 우한에서 입국한 교민들의 격리시설로 지정된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 앞에서 31일 오전 한 시민이 딸과 함께 교민을 환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런데 왜 교민들을 수용하기로 마음을 바꾸셨나.
“이러니저러니 해도 우리나라 국민이고 가족들 아니겠냐. 대승적 차원에서 조금 피해를 보더라도 수용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애초부터 우리는 교민들이 오시는 것 자체를 반대한 게 아니었다. 솔직히 내 나라 사람 구하겠다는 걸 누가 반대하겠냐. 정부가 주민 협의 없이 아산을 격리지역으로 정한 게 불만이었던 거다. 워낙 급박한 상황이라 주민들과 대화를 할 시간이 없었던 부분도 이제는 이해한다.

정부가 설명을 자세하게 해 준 부분도 컸다. 도지사가 ‘격리지역이 아산으로 결정된 후에 통보한 것이 아니라 결정단계에서 언론 보도가 나간 것’이라고 해명했다. 나름의 선정 기준도 다 있더라. 오해가 풀렸다. 적절한 보상도 약속해줬다.”

-수용 반대한다고 비판도 많이 받으셨는데.
“억울한 부분이 없지 않아 있다. 정부와 대화를 원했을 뿐인데 언론이 자극적이게 보도한 부분이 있지 않나 싶다. 반대할 땐 ‘인정 없이 자기 이익만 챙긴다’고 욕먹었는데, 수용하기로 결정하니까 ‘정부에게 뇌물 먹은 거 아니냐’고 욕을 먹고 있다. 이웃 동네 주민도 뒷거래 한 것 아니냐고 묻더라. 우리는 나름 큰 결정을 한 것인데 씁쓸하다.”

-수용 이후 우려되는 점이 있다면.
“이런 비상상황이 장기화될까 걱정된다. 교민들이 우한에 남아있는 거로 안다. 여기 먼저 오신 교민들은 2월 14일에서 15일 정도에 퇴소하기로 되어있는데 남은 교민들이 또 경찰인재개발원으로 오시면 아산은 계속 바이러스를 안고 가야 하는 것이다. 일회성으로 끝난다고 도지사가 약속을 해 주었으니 지키리라 믿는다.”

이홍근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