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과 충북 진천 국가인재개발원 중 한 곳에 격리된 것으로 추정되는 우한 교민이 누리꾼들의 질문에 실시간으로 답변했다.
31일 오후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돌아왔다. 질문 받는다”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그는 “12월에 직장 출장으로 우한에 와있다가 1월에 우한 폐렴 때문에 못 돌아오고 있다가 이번에 비행기 타고 돌아왔다. 일단 오면서 철저히 격리돼서 버스로 탑승하고 돌아왔다. 버스로 계란 던지는 사람 있더라… 이해한다. 나도 무섭다. 일하러 가서 이게 무슨일인지…”라며 사진 두 장을 공개했다.
사진 속에는 비행기 내부에서 창문을 보며 찍은 듯한 사진과 인재개발원 격리 수용 시설에서 받은 물품들이 있었다.
이어 그는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네티즌들의 질문에 하나씩 답변을 하기 시작했다.
한 누리꾼이 건강 상태에 대해 묻자 “전 아무 증상 없어요ㅋㅋ 괜찮은데 증상있는 분들도 같이 타고 와서 불안하긴하네요ㅋㅋㅋㅋ 영화의 한 장면 같다는 말이 정말 장난 아니더라구요”라고 말했다.
모두 마스크를 착용했냐고 묻자 “네. 전부 마스크랑 노란 옷을 입고 탔어요”며 “승무원들도 방역복을 입었습니다”라고 전했다.
우한의 상황에 대해 물어보는 질문도 있었다. 작성자는 우한이 진짜 유령도시였냐고 묻자 “네. 길에 사람이 없었어요. 다들 조용하죠. 편의점이나 생필품 거의 없었어요. 그래서 라면만 사먹었어요”고 말했다.
숙소는 어떠냐는 질문에 “네. 1인1실 꿀이에요. 노트북있고 티비있어요”라며 “점심에 도시락 한솥을 먹고 방안에만 있어요. 휴대폰이라도 있어야 해요ㅋㅋ 거의 못나가서”라고 답했다.
계란을 왜 던지냐는 말에는 “아마 돌아오는 국민들보단 정부에 불만이겠죠. 갑자기 격리 지역이 바뀌었으니 다들 이해해요ㅋㅋ 우리들도 충분히 (지역 주민들의 마음을) 인지하고 있어서 다들 수긍하는 분위기에요. 다들 피해 주지 않으려고 노력 중이네요”라고 말했다.
적어도 봉쇄하기 전에 돌아오는 게 낫지 않았냐는 질문에 “저도 새해를 중국에서 보내서 다들 (최대한 빨리 한국에) 가고 싶은 마음은 굴뚝이었지만 다른 확진자 분들처럼 귀국해서 여기저기 옮기는 보균자보다는 정부를 따라서 통제된 상황에서 돌아오는 게 더 나을 것이란 판단이 더 컸습니다”라고 답했다.
작성자는 “처음에는 상황이 이렇게 심각하지 않았어요. 22일까지 중국 내 직장에 출근했고 그 당시까지는 10여 명 감염 수준으로 기억하고 있어요”라며 “그런데 23일부터 급작스럽게 몇 백명 수준으로 늘어난다고 뉴스에 나왔구요. 그 때부터 심상치 않다고 생각해서 중국 내 직장은 출근 안했구요. 회사에서는 보고 들어갔구요”라고 말했다.
이어 “그렇게 23일에 그 다음주 돌아올 예정이었는데 귀국편 비행기 전부 취소 당했구요. 그런데 갑자기 24일 봉쇄하고부터 매일 감염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서 영사관이랑 이야기 시작한 것 같고… 저보다 한국에 있는 친구들이 정보 더 많이 알고 있더라구요. 아무도 이 정도로 감염이 빠르고 광범위하게 될지 예상 못한 거 같습니다”라고 말했다.
작성자의 안위를 걱정하는 댓글도 많았다. 그는 “아무일 없었으면 좋겠네요. 격리기간 끝나면 잘 돌아가세요” 등 격려의 댓글에는 “감사합니다”라고 하나하나 댓글을 달았다.
앞서 31일 오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국내에 귀국한 368명의 우한 교민들이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과 충북 진천 국가인재개발원에 입실했다.
이들은 앞으로 2주 동안 인재개발원 건물 안에서만 지내게 된다. 이후 특별한 증상이 없으면 보건교육을 받은 후 귀가할 예정이다. 국립중앙의료원 의료진과 국방부 군의관·간호장교 등이 교민들과 함께 생활하며 건강 상태를 확인한다.
김지은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