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차 태광실업그룹 회장 별세(종합)

입력 2020-01-31 19:05
박연차 태광실업 그룹 회장이 31일 오후 3시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75세.

태광실업 그룹에 따르면 지난해 말까지 왕성하게 경영활동을 해왔던 박 회장은 지병인 폐암으로 인해 삼성서울병원에서 치료를 받았으나, 최근 병세가 급속도로 악화해 끝내 숨을 거뒀다.

그룹 관계자는 “박 회장은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평화롭게 영면에 들었다”며 “장례는 평소 고인과 유족들의 뜻에 따라 비공개 가족장으로 최대한 간소하고 조용하게 치를 예정이다“고 밝혔다.

박 회장은 1945년 12월 경남 밀양에서 5남 1녀 중 넷째로 태어나 어려운 성장기를 보낸 대표적인 자수성가형 기업인으로 꼽힌다. 고인은 동아대학교를 졸업했으며 인제대학교 명예박사학위를 갖고 있다. 1971년 태광실업의 전신인 정일산업을 김해에 설립하면서 사업에 첫발을 들였다. 이후 1980년 태광실업으로 법인명을 전환하고 임종 직전까지 그룹 경영에 힘을 쏟았다.

고인은 특히 국내 신발산업 부흥기를 이끈 대표적인 인물로 평가받는다. 1987년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베트남과 중국 공장에서 나이키 신발을 OEM(주문자 상호부착생산) 방식으로 생산하면서 사세를 키웠다.

2006년 정밀화학회사 휴켐스를 인수하며 사업 다각화를 추진했고 2008년 태광파워홀딩스 설립, 2010년에는 베트남 현지 투자기업인 태광비나를 중심으로 대규모 석탄화력발전소를 건설을 추진했다. 이어 2012년 일렘테크놀러지 인수, 2013년 정산인터내셔널 설립, 2014년 정산애강(전 애강리메텍) 인수 등을 거치며 태광실업을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유족으로는 부인 신정화 씨와 아들 박주환 태광실업 기획조정실장, 딸 박선영 씨, 박주영 정산애강 대표, 박소현 태광파워홀딩스 전무 등이 있다.

한편 박 회장은 국회의원(1988년)과 대통령(2002년) 선거에 출마하려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돕기 위해 친형인 노건평씨가 내놓은 김해와 거제 일대 땅을 사들이면서 노 전 대통령의 후원자로 주목받았다. 2008년 초 ‘세종증권 매각비리’ 등으로 검찰의 수사 선상에 오르면서 정관계 인물들에게 광범위한 로비를 한 이른바 ‘박연차 게이트’의 주인공이 됐다. 이 일로 노 전 대통령은 2009년 4월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찰청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고 그해 5월23일 서거했다.

부산=윤일선 기자 news82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