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익 “혐오 말자는데 설현 얘기만…내 정치 성향 탓에 겪는 일”

입력 2020-02-01 04:00
국민일보 DB

“한국인도 과거에 박쥐 먹었다” “설현도 박쥐를 먹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과 관련해 중국의 박쥐 식문화를 새삼 눈총을 받고 있는 가운데 황교익 맛 칼럼니스트가 다시 한번 논쟁의 중심에 섰다. 지난 28일 자신의 페북에 “한국인도 예전에는 지금의 중국인과 다르지 않다”는 주장으로 설전에 불을 붙인 뒤 이튿날에는 과거 예능 프로에서 박쥐를 먹은 설현 기사를 언급한 것이다. 네티즌들은 “설현이 무슨 잘못이냐” “틀린 얘기 아니다” 등의 댓글을 남기며 논쟁을 이어가고 있다.

이에 대해 황교익은 31일 국민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설현을 비난하자는 의미가 아니었다”며 “박쥐를 먹은 설현을 우리가 혐오하지 않는 것처럼 중국인에게도 혐오를 하지 말자는 뜻이었다”고 설명했다.

황교익은 “한 중국인이 4년 전에 올린 박쥐 영상이 논란이 됐다. 심지어 중국에서 먹은 것도 아니고, 팔라우라고 하는 남태평양의 어느 섬에 가서 먹었다고 한다”며 “그런데 비슷한 시기에 설현 역시 방송에 나와 박쥐를 먹었다. 여기서 제가 하고 싶은 말은 4년 전 박쥐를 먹은 중국인에게는 욕과 비난을 하면서 왜 설현에게는 그러지 않는지 스스로 되돌아보라는 얘기였다”고 밝혔다.

이어 “두 사건은 동일한 사건임에도 우리가 왜 다른 시각으로 (두 사건을) 바라보는지 그게 중요하다”며 “우리가 박쥐를 먹은 설현을 혐오하지 않는 것처럼 중국인에게도 혐오의 시선을 보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SBS ‘정글의 법칙’ 방송화면 캡처

그러면서 우리가 단순히 신종 코로나를 ‘중국인 혐오’로 해결하려고 하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혐오와 차별의 감정은 쌍방향적인 것”이라며 “1923년 관동대지진 때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탔다’ ‘조선인이 방화를 저질렀다’ 등의 유언비어로 인해 일본에서 한국인들이 무참히 학살됐고, 우리는 이때의 기억으로 인해 일본에 대한 적개심이나 상처가 아직 지워지지 않은 상태다. 중국인들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이들을 향해 혐오와 차별을 쏟아내면 이들 역시 우리에게 똑같은 감정만 가지게 될 뿐”이라고 강조했다.

황교익은 중국인에 대한 혐오를 부추기고 있는 장본인으로 언론과 자유한국당을 꼽았다. 그는 “언론뿐만 아니라 자유한국당도 총선에 대비해 중국인들에 대한 혐오를 부추기고 있다”며 “지금 유럽에서 중국인에 대한 혐오를 동양인에 대한 혐오로 확장시킨 것처럼, 자유한국당이 중국인에 대한 혐오를 ‘중국 편을 드는 사람들’에 대한 혐오로 확장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황교익은 “지금 자유한국당에서 문재인 정부가 중국 눈치 보느라 (신종 코로나에 대한)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고 계속해서 비판하고 있다”며 “중국인에 대한 혐오를 부추긴 것처럼 문재인 정부를 혐오의 대상으로 만들어 총선에서 표를 확보하고 지지층을 결집시키기 위한 목적이다. 아마 앞으로도 자유한국당은 혐오를 계속 부추길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하지만 중국인을 혐오한다고 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오히려 혐오는 전혀 국익에 도움이 안 된다. 정부 차원에서 열심히 방역 활동을 하고 스스로 위생 관리를 하는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자신의 발언들이 매번 네티즌의 주목을 받는 것에 대해서는 “제 정치적 성향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며 “제 정치 성향과 반대에 있는 분들이 제 말을 왜곡해서 억지스럽게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몇 년째 비슷한 일들에 시달리고 있어 이제는 그러려니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금 이 사건(설현도 박쥐를 먹었다고 언급한 것)도 마찬가지”라며 “저는 ‘중국인을 혐오하면 안 된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건데, 맥락에서 벗어나 설현 이야기만 계속하는 것은 다분히 악의적인 의도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소설희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