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금융위기 수준 지난해 ‘韓 경제’…막판 회복했더니 ‘코로나’ 복병

입력 2020-01-31 14:23 수정 2020-01-31 15:43

지난해 한국 경제 전산업생산 증가폭 역대 최저
광공업 생산·설비투자 각각 외환위기, 금융위기 이후 최저
다만 12월에는 생산, 소비, 투자 트리플 상승
연초 ‘신종코로나’ 회복세 다시 꺾을까 우려

한국 경제가 지난해 ‘외환위기·금융위기’ 수준의 부진을 겪었다. 전산업 생산, 광공업, 설비투자 증가율이 과거 경제 위기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다만 연말엔 생산·소비·투자가 ‘트리플 증가’하며 경기가 다소 풀렸다. 겨우 회복세를 띈 한국 경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으로 인해 다시 꺾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통계청은 31일 ‘2019년 12월 및 연간 산업활동동향’을 통해 지난해 전산업생산이 전년 대비 0.4% 늘었다고 밝혔다. 증가폭이 2000년 통계 작성이 시작된 이래 가장 낮다. 반도체 수출 등을 중심으로 발생한 제조업 위기가 원인이다. 광공업 생산은 전년 대비 0.7% 줄었는데, 감소폭이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6.4%) 이후 가장 컸다. 설비투자도 얼어 붙었다. 설비투자는 전년 대비 -7.6%를 나타냈는데, 이는 금융위기인 2009년(-9.6%) 이후 가장 큰 감소폭이다. 제조업평균가동률(72.9%) 또한 1998년 이후 최저치였다. 건설 경기도 좋지 않아 건설기성은 1년새 -6.7%를 기록하며, 2008년(-8.1%) 이후 가장 많이 줄었다.

다만 경기는 막판에 다소 풀렸다. 지난해 12월만 보면 경제의 3대 축인 생산, 소비, 투자가 동반 상승했다. 전월 대비 전산업생산은 1.4%, 설비투자는 10.9%, 소매판매는 0.3% 각각 증가했다. 설비투자의 경우 2014년 11월(13.6%) 이후 가장 많이 늘었다. 연말 삼성 등의 반도체 투자가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현재와 가까운 미래의 경기를 나타내는 동행지수와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도 2017년 1월 이후 35개월 만에 동반 상승했다.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전월 대비 0.2포인트 상승했다. 전월(-0.1포인트)에 비해 상승세로 전환했다.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전월 대비 0.4포인트 올랐다. 지난해 9월 이후 4개월째 상승세다.

한국 경제가 지난해 연말 겨우 회복세를 보인 셈이다. 그러나 연초 ‘신종 코로나’가 발생하면서 경기가 다시 꺾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소비와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악재가 될 수 있으며, 더 나아가 제조업에도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신종코로나가 올해 연간 경제 성장률을 0.1%포인트~0.2%포인트 떨어트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SNS(소셜 네트워킹 서비스)에 글을 올려 “경기 개선의 신호가 보다 뚜렷하게 나타나는 모습”이라며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연초 경제주체들의 심리가 영향을 받을까 우려되는 상황이다. 파급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정책 역량을 총동원하겠다”고 강조했다.

세종=전슬기 기자 sgj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