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몸 때리고 방호복 찢어” 환자 가족에게 매맞는 중국 의료진

입력 2020-01-31 14:02
지난 28일 중국 신장위구르자치구 주도인 우루무치의 신장의과대학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진원지인 후베이성 우한으로 떠나는 의료지원팀 중 한 명(왼쪽)이 가족과 작별 인사를 나누고 있다. 신화 연합뉴스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신종코로나) 확산으로 격무에 시달리는 중국 의료진이 환자 가족에게 폭행당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31일 중국 매체 봉황망에 따르면 신종코로나 발원지이자 확진자 수가 가장 많은 후베이성 우한시의 한 공안 분국은 30일(현지시간) 자정쯤 관내 병원으로부터 폭행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 이어 격리병동에서 용의자인 A씨를 검거해 형사구류 처분했다.

A씨는 사건 당시 의료진의 몸을 밀치고 머리·목 부위를 구타했다. 또 의사가 착용한 마스크와 방호복 등을 찢기도 했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장인이 바이러스서 폐렴으로 숨지자 감정이 격해져 의료진을 때렸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복수의 병원 관계자는 지난 29일 오후에도 이 병원 의사 2명이 신종코로나로 숨진 환자 가족에게 폭행당하고 방호복이 찢기는 등의 피해를 봤다고 말했다. 폭행당한 의사 중 한 명은 “깁스 치료를 준비 중이다. 바로 업무에 복귀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모두가 합심해 신종코로나와 싸우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이 병원에서 근무 중인 한 간호사는 지난 25일 목격한 일을 털어놨다. 그는 “동료가 (환자 가족으로부터) 사진 촬영을 당했다. 그들은 동료의 방호복을 찢고 위협까지 했다”며 “어떤 말로 지금 심정을 표현해야 할 지 모르겠다”고 했다.

후베이성 공안청은 지난 29일 의료 관련 범죄를 엄중히 단속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고의로 의료진에게 상해를 가하거나 물건을 부수는 일과 폭력 등으로 의료진을 모욕·위협하는 경우에 법에 따라 처리하겠다는 것이다.

또 신종코로나 보균자가 공공장소에서 타인을 향해 침을 뱉는 경우, 확진자 및 의심 환자가 검사·격리·치료를 거부하는 경우, 과실로 병을 옮기는 경우 형사 책임을 묻겠다고 강조했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