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신종 코로나에 역대 6번째 ‘비상사태’ 선포

입력 2020-01-31 11:00 수정 2020-01-31 15:43

세계보건기구(WHO)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신종 코로나)를 ‘국제적 비상사태’로 선포했다. WHO가 국제적 전염병 위기에 비상사태를 선포한 것은 이번이 6번째다. 신종 코로나가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각국 정부 간 공동 대응이 필요할 정도로 심각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다만 WHO는 여행 및 교역 제한에는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밝히며 비상사태 선포가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했다. 중국 정부의 신종 코로나 대응에도 신뢰를 표명했다.

데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 WHO 사무총장은 30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긴급위원회 직후 기자회견에서 신종 코로나 사태에 국제공중보건비상사태(PHEIC)를 선포했다. 게브레예수스 사무총장은 “지난 몇 주 동안 우리는 과거에 알려지지 않았던 병원체가 출현했음을 목도했으며 그것은 전례 없는 발병으로 확대됐다”며 “이에 따라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한 공동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WHO는 지난 22~23일 이틀 동안 열린 긴급위원회에서 신종 코로나에 국제적 비상사태를 선포할 단계는 아니라고 판단한 바 있다. 중국 외부에서 인간 간 전염이 나타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중국에서 신규 감염자가 수천 명 증가하고 독일·베트남·일본 등지에서 인간 간 전염 사례가 속출하면서 일주일 만에 판단을 뒤집었다. WHO가 중국 눈치를 보느라 비상사태 선포를 주저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한때 나왔다.


WHO는 비상사태 선포가 중국을 ‘보이콧’하는 게 아님을 분명히 했다. 게브레예수스 사무총장은 “이번 조치는 중국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 벌어지는 사태 때문에 내려진 것”이라며 “중국에 불신임 투표를 한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 정부가 심각한 사회적, 경제적 악영향에도 신종 코로나 억제를 위해 이례적인 조치를 취한 것을 평가한다”며 “WHO는 중국의 전염병 통제 능력을 지속적으로 신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WHO는 각국 정부가 근거 없는 공포에 따른 과도한 조치는 자제해달라고 당부했다. 게브레예수스 사무총장은 “국제 여행과 교역을 불필요하게 방해하는 조치를 취할 필요는 없다”며 “지금은 공포가 아닌 사실, 뜬소문이 아닌 과학, 혐오가 아닌 연대가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WHO의 비상사태 선포는 강제력을 갖지는 않는다. 다만 전체 유엔 회원국에 현재 상황이 심각하다는 점을 주지하는 효과가 있다. 각국 정부는 자체 판단에 따라 국경 폐쇄, 항공편 취소, 여행자 검역 등을 포함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 WHO는 필요한 경우 긴급기금을 조성할 수 있으나 신종 코로나 발병 국가 상당수가 일정 수준 이상의 경제력을 갖고 있어 자금 지원이 필요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신종 코로나에 앞서 비상사태는 5번 선포된 바 있다. 2009년 멕시코에서 발생한 신종 인플루엔자(H1N1) 당시 최초로 선포됐고, 2014년 아프리카 10개국에서 발생한 소아마비(폴리오)와 서아프리카 지역의 에볼라 바이러스 확산에 대해 각각 선포됐다. 또 2016년 모기를 통해 전파돼 소두증을 유발했던 지카 바이러스 발병 당시와 지난해 콩고민주공화국에서 에볼라 바이러스가 발생했을 때도 WHO는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