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WHO, 신종 코로나 ‘국제적 비상사태’ 선포

입력 2020-01-31 04:54 수정 2020-01-31 06:46

[속보] WHO, 신종 코로나 ‘국제적 비상사태’ 선포

세계보건기구(WHO)는 30일(현지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에 대한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를 선포했다. 가장 심각한 전염병의 경우에만 사용하는 규정이다. 다만 WHO는 교역과 이동을 제한하는 것을 권고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 WHO 사무총장은 이날 자문 기구인 긴급 위원회의 회의 결과를 발표했다. 그에 따르면 현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확진자는 모두 7834명으로 집계됐다. 중국에서는 사망자 170명을 포함해 7736명, 그 외 지역에서는 18개국 98명이다. 이 가운데 독일, 일본, 베트남, 미국 등 4개국에서 사람 간 전염 사례 8건이 나왔다.

게브레예수스 사무총장은 “지난 몇 주 동안 이전에 알지 못했던 병원체의 출현을 목격했고 전례없는 발병으로 확대했다”며 “보건 시스템이 취약한 국가로 퍼진다면 어떤 피해를 볼지 모른다. 그런 가능성에 대비할 수 있도록 지금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번 선포의 주된 이유는 중국 때문이 아니라 다른 나라”라며 “중국에 대한 불신임 투표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국제 여행과 교역을 불필요하게 방해하는 조처가 있을 이유가 없다”며 “모든 국가가 증거에 기초한 일관된 결정을 시행할 것을 요구한다”고 했다.

또 “중국 정부가 심각한 사회·경제적 영향에도 바이러스를 억제하기 위해 취한 이례적인 조처는 축하를 받을 것”이라며 “발병 감지, 바이러스 격리, 게놈(유전체) 서열을 파악해 WHO와 세계에 공유한 속도는 매우 인상적이다. WHO는 중국의 전염병 통제 능력에 대해 지속해서 신뢰할 것”이라고 전했다.

WHO가 국제적 비상사태를 선포한 것은 이번이 6번째다. WHO는 2009년 처음으로 비상사태를 알렸다. 그해 4월 멕시코와 미국에서 시작된 신종 인플루엔자 A(H1N1)가 유럽과 아시아 등에 퍼졌을 때다. 당시 발생 두 달 동안 대유행을 일으키자 WHO는 이같은 조치를 취했고 2010년 8월 종료했다. 1년 간 전 세계에서 1만8000여 명이 사망했다.

다음은 2014년 5월 소아마비 바이러스다. 파키스탄, 카메룬, 시리아 등에서 확산했다. 당시 가장 큰 문제는 백신이었다. 일부 국가에 소아마비 백신 공급이 제대로 되지 않아 감염이 급속도로 빨라졌다.

같은 해 8월 서아프리카에서 시작된 에볼라 바이러스가 퍼질 때도 WHO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당시 오랜 내전으로 이 나라 사람들의 심신이 지쳐있었다. 그 여파로 인프라가 부족했고 의료진에 대한 불신도 팽배했다. 1만1300명 넘게 사망했다.

2016년에는 지카 바이러스가 브라질 등지에서 기승을 부리자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이 가염병은 신생아의 소두증을 유발한다.

지난해에는 에볼라 바이러스가 콩고민주공화국에 다시 출현했다. 이 때도 WHO는 또 한번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에볼라로 민주콩고에만 최소 2200명이 목숨을 잃었다. 곳곳에서 이들을 치료하려는 보건 담당 직원들이 공격받는 일까지 벌어졌다.

그 다음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다. 아시아를 넘어 각 유럽과 미국 등 대륙으로 확산하자 30일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2015년 한국에서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가 확산했을 당시에도 논의가 있었지만 비상사태 선포 조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만장일치로 결정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