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가 해외금리 연계형 파생결합펀드(DLF)를 판매한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 경영진에게 중징계에 해당하는 ‘문책 경고’를 결정했다. 은행 본점 차원의 과도한 영업과 내부통제 부실로 불완전 판매를 일으킨 최종 책임을 은행 경영진이 져야 한다는 취지다.
이번 징계가 확정되면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 겸 우리은행장,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부회장(전 KEB하나은행장)의 연임이 불가능해진다. 향후 3∼5년간 금융권 취업도 제한된다. 두 금융그룹의 지배구조에 상당한 변화가 불가피한 셈이다. 다만 이번 사안은 개인 징계와 기관(은행) 징계가 맞물려 있어 최종 확정까지 시일이 더 걸릴 전망이다.
금감원은 30일 서울 여의도 본원에서 3차 제재심을 열고 손 회장과 함 부회장에 대해 문책 경고를 의결했다. 지성규 KEB하나은행장에겐 경징계인 ‘주의적 경고’ 처분을 내렸다. 금감원이 사전 통보한 원안대로 징계 수준이 결정됐다.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에 대해서는 업무 일부정지 6개월 및 과태료 부과를 금융위원회에 건의하기로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회사 측 관계자들과 법률대리인의 진술·설명을 충분히 듣고 사실관계·입증 자료 등을 심도 있게 심의해 이와 같이 의결했다”고 설명했다.
쟁점이 됐던 ‘내부통제기준 마련 의무’에 대해 제재심은 경영진 제재의 법적 근거로 삼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금융회사지배구조법에는 ‘금융회사는 내부통제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관련 시행령에도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내용이 있다. 금감원은 이 조항을 근거로 DLF 판매담당 임원(행위 책임자)과 최고경영자(감독 책임자)가 책임을 져야한다고 봤다. 반면 은행 측은 “이 조항만으로 경영진까지 중징계하는 건 법적 근거가 미약하다”고 맞섰다. 제재심은 지난 16일부터 세 차례에 걸쳐 심의를 진행한 끝에 “내부통제 마련 의무를 준수하지 않은 ‘법규 위반’ 행위”로 결론 내렸다.
제재심에서 경영진 중징계를 의결하면서 손 회장과 함 부회장의 거취는 불투명해졌다. 손 회장은 지난해 말 회장후보추천위원회에서 단독 후보로 뽑혀 사실상 연임이 확정된 상태다. 오는 3월 주주총회 이전에 문책 경고가 확정된다면 연임은 불가능해진다. 함 부회장도 중징계 확정 시 차기 하나금융 회장에 도전할 수 없게 된다. 경영진에 대한 문책 경고까지는 윤석헌 금감원장의 전결 사안이다. 윤 원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제재심 결론을 존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이번 사건은 개인 제재와 기관 제재가 섞여있다는 게 변수다. 기관 중징계는 증권선물위원회 심의 및 금융위원회 의결이 필요한 사안이다. 개인 징계도 기관 징계와 함께 최종 통보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 의결 시점 등에 따라 우리금융그룹 주주총회 전에 중징계 효력 발생시점이 달라질 수 있다.
일각에선 손 회장과 함 부회장이 소송 등으로 ‘적법성’을 다툴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법원에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해 주주총회 전까지 중징계 효력을 멈춘 뒤, 연임을 하고 추후 본안 소송을 통해 법적 판단을 받는 전략을 쓸 수 있다는 것이다. 두 은행 측은 제재심 결정에 대해 “따로 밝힐 입장은 없다”고 전했다.
양민철 최지웅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