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랭킹 2위 노박 조코비치(33·세르비아)가 올해 처음으로 성사된 ‘황제’ 로저 페더러(39·3위·스위스)와 맞대결에서 압승했다. 페더러는 한국식 나이로 40세다. 세월의 벽 앞에서 단 한 세트도 빼앗지 못하고 무너졌다.
조코비치는 30일 호주 멜버른에서 2020시즌 ATP 투어 첫 번째 메이저 대회로 열린 호주오픈 남자 단식 4강전에서 페더러를 세트 스코어 3대 0(7-6<7-1> 6-4 6-3)으로 제압했다. 다음달 2일 결승에서 도미니크 팀(27·5위·오스트리아)과 알렉산더 즈베레프(23·7위·독일)의 4강전 승자와 대결한다.
랭킹 1위 라파엘 나달(34·스페인)을 8강에서 떨어뜨린 팀과 독일의 신성 즈베레프는 ‘빅3’의 아성에 도전하는 20대 기수들이지만, 결승까지 힘을 아낀 조코비치의 우승 가능성에 무게를 실을 수밖에 없다. 조코비치는 호주오픈에서 ‘빅3’(랭킹 1~3위) 중 유일한 생존자다.
조코비치는 페더러를 불과 2시간18분 만에 잡은 데다 팀과 즈베레프보다 결승까지 하루를 더 쉬게 되면서 체력을 비축했다. 앞서 얀 레나드 스트루프(30·37위·독일)를 3대 1로 이긴 1라운드를 제외하면 단 한 세트도 빼앗기지 않고 결승까지 올라온 조코비치다.
ATP 투어 메이저 대회는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빅3’ 이외의 챔피언을 허락하지 않았다. 나달이 5회, 조코비치가 4회, 페더러가 3회의 우승을 가져갔다. 조코비치는 지난해에 이어 호주오픈 2연패를 조준하고 있다. 조코비치가 우승하면 이 대회 통산 8번째 우승과 더불어 랭킹 1위로 복귀할 수 있다. 다만 조코비치가 패배하면 나달은 1위를 유지한다.
조코비치는 비교적 손쉽게 페더러를 제압했다. 경기 초반만 해도 페더러의 우세가 예상됐다. 페더러는 1세트 한때 8-1까지 앞선 서브 에이스를 앞세워 5-2까지 달아났다. 하지만 1세트 8게임부터 분위기가 달라졌다. 페더러의 서브 게임 포인트가 줄면서 조코비치의 기세가 살아났다.
조코비치는 1세트 타이브레이크를 7-1로 따내면서 주도권을 가져왔다. 페더러의 기량은 1세트를 마치고 메디컬 타임아웃을 부른 뒤부터 돌아오지 않았다. 조코비치는 나머지 두 세트를 잡고 페더러를 무릎 꿇렸다.
조코비치는 페더러와 상대 전적에서 27승 23패의 우세를 이어갔다. 2012년 윔블던 준결승 이후 메이저 대회에서 페더러에게 단 한 번도 지지 않았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