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자르상, 폴란스키 작품 최다 후보… “성범죄 옹호” 비판

입력 2020-01-30 20:50
로만 폴란스키 감독. 뉴시스

다수의 성범죄 전력이 있는 프랑스 원로 영화감독 로만 폴란스키(86)의 최신작 ‘장교와 스파이’가 ‘프랑스의 오스카’로 불리는 세자르 영화상에서 최다 부문 후보로 지명돼 거센 반발이 일고 있다.

29일(현지시간) 프랑스영화예술아카데미에 따르면 ‘장교와 스파이’는 다음 달 28일 열리는 제45회 세자르상에서 작품상 감독상 등 12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됐다. 영화는 19세기 프랑스군의 유대계 장교 알프레드 드레퓌스가 독일 스파이라는 누명을 쓰고 투옥된 ‘드레퓌스 사건’을 다룬 역사물이다.

현지 개봉 직전 폴란스키 감독의 성범죄 의혹이 추가로 불거지면서 작품에 대한 보이콧 운동이 일기도 했다. 사진작가 발랑틴 모니에가 지난해 11월 일간 르 파리지앵과의 인터뷰에서 “10대 때 폴란스키 감독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며 “프랑스 예술인과 지식인들이 무조건 폴란스키를 옹호해 왔다”고 폭로했다.

앞서 폴란스키 감독은 1977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13세 미성년자와 성관계를 한 혐의로 기소돼 유죄를 인정했지만, 범죄인정 조건부 감형협상이 법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자 이듬해 미국을 떠나 지금까지 도피 중이다. 스위스에서도 또 다른 성폭행 혐의로 피소됐다가 공소시효 만료로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여성단체 ‘오제 르 페미니즘’은 “강간이 예술이라면 모든 세자르상을 폴란스키에게 주라”면서 “도주한 강간범이자 아동 성범죄자를 치하하는 건 희생자들의 입을 닫게 만드는 짓”이라고 맹비난했다. 마를렌 시아파 양성평등 담당 국무장관도 “프랑스 영화계는 여성과 성폭력을 고발한 희생자들을 무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세자르상 조직위 측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프랑스영화아카데미의 알랭 테르지앙 회장은 “후보 선정에 윤리적 선입견을 가져서는 안 된다”며 “이미 150만명의 프랑스 관객이 이 영화를 봤다. 그들에게 물어보라”고 말했다.

한편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은 세자르상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미국·감독 쿠엔틴 타란티노) ‘조커’(미국·토드 필립스) ‘페인 앤 글로리’(스페인·페드로 알모도바르) 등과 트로피를 놓고 경쟁하게 됐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