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김두관 의원이 장고 끝에 4·15 총선에서 경남 양산을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김 의원은 자신의 지역구인 경기 김포갑에서 재선 준비를 해왔다. 하지만 조국 사태 이후 나빠진 ‘PK(부산·울산·경남) 표심’을 잡아야 한다는 당의 요청에 따라 경남 출마로 마음을 돌렸다. 김 의원은 같은 당 김영춘(부산진구갑) 의원과 ‘투 톱’ 체제로 PK 선거를 지휘할 전망이다.
김 의원은 30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개혁의 승리냐, 꼼수의 승리냐. 민생의 승리냐, 권력욕의 승리냐는 경남·부산·울산 선거에 달려 있다”며 경남 양산을 출마를 선언했다. 이어 “낙동강 전투의 승리만이 지역주의 극복을 위해 싸워 온 노무현·문재인 두 대통령님과 수많은 분의 희생을 헛되지 않게 하고, 50년 민주화 역사를 지키는 길”이라고 밝혔다. 김 의원은 초선이지만 경남 남해 출신으로 이장·군수를 거쳐 2010년 경남도지사를 지냈다. 민주당 약세 지역인 PK에서는 상징성이 큰 인물이다.
김 의원이 경남 출마로 가닥을 잡은 배경에는 PK 선거를 승리로 이끌어 차기 대권 주자로서의 입지를 다지겠다는 포석이 깔려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경남지사를 지냈던 김 의원이 미래를 위해서라도 PK 선거를 진두지휘하는 게 좋지 않겠냐”며 “당으로선 PK 지역의 민심을 잡고, 본인 입장에서는 중량감을 키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과 김 의원이 집중 공략할 지역은 소위 ‘낙동강 벨트’다. 영남 지역에서 낙동강을 끼고 있는 부산 서부와 경남 김해 갑·을, 양산 갑·을 지역을 지칭한다. 김해엔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향인 봉하마을이 있다. 또 양산에는 문재인 대통령의 사저가 있어 민주당에서는 정치적 상징성이 큰 곳이다. 민주당은 20대 총선에서 경남 지역구 총 16곳 중 김해갑(민홍철)·을(김정호)과 양산을(서형수) 3석을 가져왔다. 김 의원은 “16곳 중 7∼8곳, 절반 정도는 해볼 만한 정도의 지표가 나오니 좋은 성과를 냈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목표치를 제시했다.
민주당은 부산 지역에서도 해볼 만 하다는 입장이다. 20대 총선 당시 민주당은 부산 18석 중 5석을 가져가 사실상 승리(이후 재보궐 선거로 1석 추가)했다. 19대 총선에서 당시 문재인 의원과 한국당으로 당적을 옮긴 조경태 의원만이 당선된 불모지에서 의석수를 6석까지 늘렸기 때문이다. 부산 지역의 한 의원은 “지역에선 지난 30년간 이어져 온 한국당의 부산 정치 독점을 끝내 달라는 요구가 많다”며 “20대 총선보다 우호적인 환경임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PK 지역은 민주당과 한국당 두 정당의 지지율 격차가 작은 지역으로 꼽힌다.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지난 28∼29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508명을 대상으로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2.5%포인트)한 결과 민주당 지지율은 38.2%, 한국당은 29.8%를 각각 기록했다. 이중 PK 지역의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과 한국당 모두 37.1%로 같게 나타났다. PK 지역이 전통적으로 보수 정당 지지율이 높았던 것을 고려하면 큰 변화라 할 수 있다.
민주당은 ‘이낙연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이낙연 상임고문은 호남 출신이지만 총리 시절 쌓은 인지도를 앞세워 PK 지역에서도 지지율이 제법 높은 편이다. 데일리안이 여론조사 전문기관 알앤써치에 의뢰해 지난 27~28일 차기 정치지도자 적합도를 설문한 결과, 이 상임고문은 32.9%,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17.1%로 집계됐다. PK 지역에서는 이 상임고문이 35.6%, 황 대표가 17.6%를 기록했다. 부산의 한 민주당 예비후보자는 “실제로 이 상임고문은 부산에서도 인기가 많다”며 “호남 출신이라 한계가 있다는 시각도 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고 했다. 또 다른 민주당 의원도 “지금이야 (부산의) 선거 분위기가 뜨지 않아도 막상 이 상임고문이 뛰기 시작하면 분위기가 오를 것”이라고 했다.
가장 큰 걸림돌은 PK 지역의 경제 상황이다. PK 지역 의원들은 한목소리로 ‘민생이 가장 큰 문제’라며 경제 상황이 선거 향방을 가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부산 지역의 한 의원은 “수도권에서는 체감하지 못하는 지방 경제의 타격이 있다”며 “과거 중화학 공업이나 자동차 산업이 주춤하고 국제 경쟁력도 떨어지면서 지역 경제는 마이너스 상태가 된 지 10년”이라고 우려했다. 이 의원은 “현 정부가 집권한 지 3년이 지난 상황에서 시민들 사이에서 정부가 경제 침체에 책임지라는 여론이 팽배하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댓글 조작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 김경수 경남지사의 2심 재판 결과에 따라 민주당 후보자들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기사 중 여론조사 관련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박재현 기자 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