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두관 앞세운 민주당, 낙동강 전투에서 절반 가져올까?

입력 2020-01-31 06:00
더불어민주당 김두관 의원이 30일 국회 정론관에서 제21대 총선에서 '경남 양산을(乙)' 출마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입장 하고 있다. 최종학 선임기자

더불어민주당 김두관 의원이 장고 끝에 4·15 총선에서 경남 양산을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김 의원은 자신의 지역구인 경기 김포갑에서 재선 준비를 해왔다. 하지만 조국 사태 이후 나빠진 ‘PK(부산·울산·경남) 표심’을 잡아야 한다는 당의 요청에 따라 경남 출마로 마음을 돌렸다. 김 의원은 같은 당 김영춘(부산진구갑) 의원과 ‘투 톱’ 체제로 PK 선거를 지휘할 전망이다.

김 의원은 30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개혁의 승리냐, 꼼수의 승리냐. 민생의 승리냐, 권력욕의 승리냐는 경남·부산·울산 선거에 달려 있다”며 경남 양산을 출마를 선언했다. 이어 “낙동강 전투의 승리만이 지역주의 극복을 위해 싸워 온 노무현·문재인 두 대통령님과 수많은 분의 희생을 헛되지 않게 하고, 50년 민주화 역사를 지키는 길”이라고 밝혔다. 김 의원은 초선이지만 경남 남해 출신으로 이장·군수를 거쳐 2010년 경남도지사를 지냈다. 민주당 약세 지역인 PK에서는 상징성이 큰 인물이다.

김 의원이 경남 출마로 가닥을 잡은 배경에는 PK 선거를 승리로 이끌어 차기 대권 주자로서의 입지를 다지겠다는 포석이 깔려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경남지사를 지냈던 김 의원이 미래를 위해서라도 PK 선거를 진두지휘하는 게 좋지 않겠냐”며 “당으로선 PK 지역의 민심을 잡고, 본인 입장에서는 중량감을 키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과 김 의원이 집중 공략할 지역은 소위 ‘낙동강 벨트’다. 영남 지역에서 낙동강을 끼고 있는 부산 서부와 경남 김해 갑·을, 양산 갑·을 지역을 지칭한다. 김해엔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향인 봉하마을이 있다. 또 양산에는 문재인 대통령의 사저가 있어 민주당에서는 정치적 상징성이 큰 곳이다. 민주당은 20대 총선에서 경남 지역구 총 16곳 중 김해갑(민홍철)·을(김정호)과 양산을(서형수) 3석을 가져왔다. 김 의원은 “16곳 중 7∼8곳, 절반 정도는 해볼 만한 정도의 지표가 나오니 좋은 성과를 냈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목표치를 제시했다.

김영춘 전 해양수산부 장관.

민주당은 부산 지역에서도 해볼 만 하다는 입장이다. 20대 총선 당시 민주당은 부산 18석 중 5석을 가져가 사실상 승리(이후 재보궐 선거로 1석 추가)했다. 19대 총선에서 당시 문재인 의원과 한국당으로 당적을 옮긴 조경태 의원만이 당선된 불모지에서 의석수를 6석까지 늘렸기 때문이다. 부산 지역의 한 의원은 “지역에선 지난 30년간 이어져 온 한국당의 부산 정치 독점을 끝내 달라는 요구가 많다”며 “20대 총선보다 우호적인 환경임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PK 지역은 민주당과 한국당 두 정당의 지지율 격차가 작은 지역으로 꼽힌다.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지난 28∼29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508명을 대상으로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2.5%포인트)한 결과 민주당 지지율은 38.2%, 한국당은 29.8%를 각각 기록했다. 이중 PK 지역의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과 한국당 모두 37.1%로 같게 나타났다. PK 지역이 전통적으로 보수 정당 지지율이 높았던 것을 고려하면 큰 변화라 할 수 있다.

민주당은 ‘이낙연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이낙연 상임고문은 호남 출신이지만 총리 시절 쌓은 인지도를 앞세워 PK 지역에서도 지지율이 제법 높은 편이다. 데일리안이 여론조사 전문기관 알앤써치에 의뢰해 지난 27~28일 차기 정치지도자 적합도를 설문한 결과, 이 상임고문은 32.9%,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17.1%로 집계됐다. PK 지역에서는 이 상임고문이 35.6%, 황 대표가 17.6%를 기록했다. 부산의 한 민주당 예비후보자는 “실제로 이 상임고문은 부산에서도 인기가 많다”며 “호남 출신이라 한계가 있다는 시각도 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고 했다. 또 다른 민주당 의원도 “지금이야 (부산의) 선거 분위기가 뜨지 않아도 막상 이 상임고문이 뛰기 시작하면 분위기가 오를 것”이라고 했다.

가장 큰 걸림돌은 PK 지역의 경제 상황이다. PK 지역 의원들은 한목소리로 ‘민생이 가장 큰 문제’라며 경제 상황이 선거 향방을 가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부산 지역의 한 의원은 “수도권에서는 체감하지 못하는 지방 경제의 타격이 있다”며 “과거 중화학 공업이나 자동차 산업이 주춤하고 국제 경쟁력도 떨어지면서 지역 경제는 마이너스 상태가 된 지 10년”이라고 우려했다. 이 의원은 “현 정부가 집권한 지 3년이 지난 상황에서 시민들 사이에서 정부가 경제 침체에 책임지라는 여론이 팽배하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댓글 조작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 김경수 경남지사의 2심 재판 결과에 따라 민주당 후보자들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기사 중 여론조사 관련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박재현 기자 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