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30일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으로 기소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법관 기피 신청을 기각했다. 첫 기피신청이 있은 지 7개월 만이다.
대법원 제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이날 임 전 차장의 기피 기각결정에 대한 재항고 신청을 기각하면서 “원심의 판단에는 헌법·법률·명령 또는 규칙 위반의 잘못이 없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임 전 차장의 법관 기피 신청으로 중단됐던 재판은 곧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담당 재판부가 오는 2월 정기인사에서 교체될 가능성이 높아 재판 장기화가 우려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임 전 차장은 지난해 6월 자신의 사건을 심리 중인 서울중앙지법 형사36부(부장판사 윤종섭)에 대해 “불공정한 재판을 할 우려가 있다”며 기피 신청서를 제출했다. 그는 서울중앙지법·서울고법에서 잇따라 기피 신청이 기각되자 지난해 9월 대법원에 재항고했다. 대법원은 지난해 9월 17일 본격 심리에 착수한 뒤 장고 끝에 기피 기각결정을 내렸다.
법조계에서는 다음 달 법관 정기인사가 있기 전까지 대법원 판단이 나오지 않으면 사실상 ‘기피 인용’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기피 신청 대상이 됐던 윤 부장판사(2016년 2월 서울중앙지법 부임)가 오는 2월로 근무연수가 만 4년이 돼 인사이동이 유력하기 때문이다. 이번 정기인사에서 윤 부장판사가 교체될 경우 대법원의 기피 기각 결정과 무관하게 임 전 차장은 ‘현 재판부에서 재판을 받지 않겠다’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게 된다.
지방법원 부장판사 및 고등법원 판사의 인사 발표는 다음 달 6일로 예정돼 있다. 만약 이때 윤 부장판사가 교체된다면 조속한 시일 내 공판이 재개되긴 어려울 전망이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새 재판부로서도 방대한 사건 기록을 숙지하고 기존 재판 기록을 검토할 시간이 필요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