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난민 막아라”…바다 위 장벽 쌓는 그리스

입력 2020-01-30 18:01
그리스 에게해에 떠 있는 터키발 난민 보트. AP연합뉴스

그리스 정부가 에게해를 사이에 두고 국경을 맞댄 터키를 거쳐 유입되는 불법 이주민의 해상 유입을 막기 위해 바다 위에 장벽을 만드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AFP통신에 따르면 그리스 국방부는 29일(현지시간) 이른바 ‘수상 보호 시스템’의 설치를 위한 입찰 공고를 냈다. 그리스는 현재 에게해에 2.7㎞ 길이로 그물망이 덮인 해상 장벽을 설치하려는 구상하고 있다. 장벽은 해수면 위 50㎝ 높이로 작은 배의 이동을 막을 수 있도록 설계된다. 터키에서 들어오는 소형 이주민 보트를 막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관련 예산은 50만 유로(약 6억5000만원)로 책정됐다.

그리스는 유럽연합(EU) 가입국 중 이탈리아·스페인·몰타 등과 함께 중동·아프리카 출신 이주민과 난민이 가장 많이 유입되는 국가다. 이웃 나라인 터키에서 들어오는 수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이중 90%가 해상 루트를 이용해 그리스로 들어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터키에서 에게해를 건너 그리스로 온 이주민·난민의 수는 약 6만명으로 직전해 대비 2배에 달했다.

터키발 이주민의 증가로 에게해 5개 섬에 설치된 난민캠프 과밀 문제가 부상하자 그리스는 국경과 해상 경비를 강화했다. 망명이 거부된 이들은 전원 터키로 강제 송환하는 강경책도 썼다.

그리스 정부는 전날에도 터키와 접한 국경과 해상의 경비를 강화하기 위해 단속 인력을 1200명 증원한다는 내용의 불법 이주민 방지대책을 발표했다. 난민 인정을 받지 못한 이주민들을 수용하는 구금시설을 설치하고 이들에 대한 자국 강제 송환도 앞당긴다는 방침이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