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사스 출현” 유언비어라더니…유포자 8명에게 “존경스럽다”

입력 2020-01-30 17:50
쩡광 중국질병예방통제센터 수석과학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자 발병 초기에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가 발생했다”는 유언비어를 퍼트린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던 우한 시민 8명이 재평가를 받고 있다.

쩡광(曾光) 중국질병예방통제센터 유행병학 수석과학자는 지난 29일 밤 관영 CCTV 인터뷰에서 “우한 시민 8명은 존경받을 만하다. 그들을 매우 높게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진행자가 “처음에 이들이 ‘우한에 새로운 사스가 출현했다’고 경고한 뒤 경찰에 불려갔는데, 당시 전문가들은 그 사건을 알았느냐”고 묻자 이같이 답했다.

그는 “그 사람들은 국가와 국민의 안위를 걱정하고, 분명히 상당한 식견이 있는 분들”이라며 “공공위생 전문가로서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고 그들로부터 뭔가를 배우고 싶다”고 덧붙였다. 그는 환구시보 인터뷰에서도 삼국지의 제갈량에 비유하며 “존경스럽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해 말 신종 코로나의 발원지인 중국 중부 후베이성 우한(武漢)에서 ‘새로운 사스가 출현했다’는 내용의 글이 온라인에 올라왔다. 현재 신종 코로나 발원지로 지목된 화난수산시장에서 사스 환자 7명이 나왔다는 글도 있었다.

우한 경찰은 지난 1일 이들 8명에 대해 허위 사실을 유포해 사회에 나쁜 영향을 끼친 혐의로 형법에 따라 교육·비평 등의 처분을 했다고 밝혔다.

신경보에 따르면 최고인민법원은 지난 28일 웨이보 계정을 통해 “신종 코로나는 사스가 아니기 때문에 ‘사스가 출현했다’고 말한 것은 거짓을 유포해 사회질서를 어지럽힌 행위로 형사처벌이 가능하다”며 “하지만 정보가 기본적으로 사실에 부합하고, 악의가 없으며, 심각한 위해를 끼치지 않았다면 마땅히 관용을 베풀어야 한다”고 밝혔다.

법원은 또 “유포한 내용이 완전히 날조된 게 아닌데다 그 내용을 들은 사람들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소독을 하고, 야생동물을 멀리해 전염병 통제에 도움이 됐다면 오히려 잘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소셜미디어 웨이보에서는 “정부가 일찍 그 말을 들었더라면 지금 같은 일은 없었을 것이다”, “그 8명은 보통 사람이 아니라 모두 일선의 의사였다. 슬프고도 우스운 일”이라는 의견이 잇따랐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