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중국 우한에서 귀국한 자국민의 자택 대기를 허용한 것에 대해 30일 논란이 커지고 있다. 전날 전세기로 귀국한 일본인 가운데 3명이 감염자로 확진된 가운데, 별다른 증상이 없었던 2명이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중국 이외의 지역에서 무증상 감염자가 발생한 것은 일본이 처음이다. 특히 무증상 감염자가 나오면서 바이러스 검사를 거부한 2명을 그대로 집으로 돌려보낸 것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일본 정부는 전날 세계에서 처음으로 전세기를 보내 자국민을 데려왔다. 1차 전세기로 데려온 206명 가운데 12명은 발열, 기침 등의 증상이 있어 병원으로 이송됐다. 나머지 194명에 가운데 191명은 희망에 따라 지바현에 있는 호텔에 체류했고, 나머지 3명은 귀가했다. 귀가한 3명 중 2명은 공항 도착 후 도쿄 신주쿠 국립국제의료센터에서 진행된 검사를 거부하고 귀가했다. 2명의 검사 거부 이유와 귀국 후 동선에 대해서는 알려지지 않았다. 아베 신조 총리는 국회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자택으로 귀가한 2명에 대한 우려가 나오자 “본인을 위해서라고 설득했지만 법적 구속력이 없어 이런 결과가 됐다”고 설명했다.
일본 후생노동성 산하 지역의료기능추진기구(JCHO) 오미 시게루 이사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무증상 감염자의 발생으로 다른 사람에게로의 전염 가능성을 부정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무증상 감염자는 격리 등의 조치가 이뤄지지 않아 거리를 활보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2차 감염을 통한 바이러스 확산의 위험이 높아질 수 밖에 없다. 일본에서는 이미 우한에 방문한 적이 없는 60대 버스기사와 40대 가이드가 지난 12~16일 중국 관광객을 태우고 다니다 감염된 바 있다.
일본 정부는 당초 귀국자 전원을 격리하는 방침을 검토했지만 주무부처인 후생노동성이 ‘인권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반대했다고 요미우리신문이 보도했다. 이날 집권여당인 자민당 대책회의에서는 “올림픽 개최국인 일본의 위기 관리 대응을 전 세계가 주시하고 있다”면서 “일본은 왜 외국처럼 별도의 격리를 하지 못하는가”라고 비판했다.
일본 정부는 지난 28일 신종 코로나 감염증이 확인된 경우에는 강제입원 시킬 수 있는 ‘지정 감염증’ 지정을 각의(국무회의) 결정했다. 이와 함께 감염증 검사를 관계 당국이 지시할 수 있는 각의 결정도 했다. 하지만 시행일이 내달 7일부터다. 게다가 시행일 뒤에도 강제입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확인된 경우에 할 수 있기 때문에, 의심된다고 해서 강제 격리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 논란이 커지자 일본 정부는 당장 2번째 전세기로 귀국한 사람들부터는 탑승 전에 바이러스 검사에 대한 본인 동의를 거치도록 대응 방침을 바꾼 상태다.
여기에 후생노동성이 확진자의 동선을 공개하지 않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후생노동성은 버스기사와 가이드의 이동경로를 각 지자체에 전달하고 공개 여부를 자체 판단하도록 했다. 이와 관련해 마쓰이 이치로 오사카 시장은 “국가의 대처 방식이 느슨하다”며 “확진자의 동선을 어느 정도는 공표하지 않으면 대응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한편 2차 전세기 편으로 30일 귀국한 210명 중에서도 13명은 발열, 기침 등의 증상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까지 일본에서 신종 코로나에 감염된 환자는 모두 11명이지만 2차 전세기로 귀국한 사람들 가운데 확진자가 나오면 더 늘어날 전망이다. 중국을 제외하고 세계에서 두 번째로 환자가 많은 셈이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