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전환 수술을 받은 트랜스젠더 여성 A씨(22)가 숙명여대 법과대학에 최종합격해 입학을 앞두고 있다는 소식이 알려진 가운데 A씨가 법대 지원의 가장 큰 동기로 ‘박한희 변호사’를 꼽아 그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30일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8월 태국에서 성전환 수술을 받아 최근 숙명여대 2020학년도 신입학전형에 최종 합격했다. 법원은 지난해 2020 수능을 한 달 앞두고 A씨의 성별정정 신청을 허가했다. A씨의 주민등록번호 앞 숫자가 ‘1’에서 ‘2’로 바뀐 것이다.
A씨는 합격 소감으로 “성전환 수술을 받고 주민등록번호를 바꾼 트랜스젠더도 당당히 여대에 지원하고 합격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저를 보면서 여대 입학을 희망하는 다른 트랜스젠더들이 힘을 얻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특히 A씨는 국내 첫 트랜스젠더 변호사인 박 변호사를 보며 법대를 꿈꿨다고 밝혀 화제를 모으고 있다.
A씨는 “박한희 변호사의 이야기를 다룬 기사들을 보면서 많은 것을 느꼈고 ‘트랜스젠더도 이렇게 할 수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그때부터 법에 관심이 생겨 책을 많이 읽으면서 공부해 보니 인권 관련 등 재미있는 주제들도 많아 이 길을 선택하게 됐다”고 전했다.
박 변호사는 국내 첫 트렌스젠더 여성 변호사다. 그는 남중·남고를 거쳐 포항공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한 후 건설회사에 다녔다. 양복을 입고 출퇴근하던 그는 성 정체성 혼란으로 우울증을 겪었고 결국 고민 끝에 회사를 그만뒀다.
이후 박 변호사는 2013년 3월 서울대학교 로스쿨에 입학했다. 로스쿨을 선택한 이유는 커밍아웃을 하더라도 먹고 살기 위해서는 전문직이 되어야겠다는 생각 때문이었다고 한다.
그는 과거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커밍아웃을 하기 전까지는 꿈이 없었다”며 “커밍아웃 이후 이제 처음으로 꿈을 그려볼 수 있게 됐다. 제 꿈은 오래 활동하는 트랜스젠더가 되는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60세까지 변호사로 활동하고 싶다. 또 다른 트랜스젠더의 롤모델이 되고 싶다”고 덧붙였다.
2014년 커밍아웃을 한 박 변호사는 현재 ‘희망을 만드는 법’에서 변호사로 활동 중이다. 또 성적지향·성별 정체성(SOGI) 인권팀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소설희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