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 세계경제 ‘신종 불확실성’ 급부상…한국 2월 금리인하 ‘무게’

입력 2020-01-30 16:55
기준금리 동결한 미국 “신종 코로나 예의주시”
IMF “신종 코로나는 새로운 리스크”
한은은 사스·메르스 때 기준금리 인하한 바 있어
전문가들 “선제적 대응 위해 2월 금리 인하해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2019-nCoV·신종 코로나) 확산이 각국 중앙은행 통화정책마저 흔들고 있다. ‘신종 불확실성’으로 급부상 중이다.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한 미국도, 국제통화기금(IMF)도 위험 요인(리스크)로 지목했다. 구체적 수치까지 제시하며 신종 코로나의 ‘파괴력’을 경계하는 보고서가 잇따르고 있다.

한국은행의 ‘2월 기준금리 인하’에도 무게가 실린다. 한은은 2003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과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 때 기준금리를 내려 대응에 나선 적이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29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1.50~1.75%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연준은 성명을 내고 “현재 상태의 통화정책은 지속적으로 확장하고 있는 경제 활동과 강한 노동시장 여건, 연 2.00% 목표 근방의 물가상승률을 지지하기에 적절하다고 판단한다”며 동결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시장은 연준의 동결 결정이 짙은 ‘비둘기파(금리 인하 선호) 신호’를 보낸다고 해석한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기자간담회에서 이례적으로 신종 코로나를 새로운 불확실성으로 꼽아서다. 파월 의장은 “(신종 코로나가) 중국과 전 세계 경제활동에 일부 차질을 빚을 것이고, 궁극적으로 미국 경제에도 잠재적 파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계속 예의주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종 코로나가 세계경제를 갉아먹을 수 있다는 경고음은 잇따르고 있다. IMF는 지난 29일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신종 코로나를 세계 경제의 ‘새로운 리스크’로 꼽았다. 글로벌 투자은행(IB)인 모건스탠리는 신종 코로나 확산이 다음 달이나 3월 정점에 달하면 올해 1분기 세계경제 성장률은 0.15~0.30% 포인트 낮아진다고 추산한다. 중국의 최대 싱크탱크인 사회과학원은 “중국의 1분기 성장률이 5.00% 밑으로 주저앉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시장에서는 ‘신종 코로나 리스크’가 몸집을 불리면서 한은이 다음 달 기준금리를 인하한다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다음 달 27일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한은은 2003년 4월 국내에 첫 사스 의심환자가 발생한 뒤 그해 5월에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 내렸었다. 2015년 5월 국내에 메르스 첫 확진자가 나오자 바로 다음 달에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 인하했었다.

전문가들은 경제적 피해가 수치로 나타나기 전에 미리 기준금리를 내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30일 “한국 경제는 기저효과를 빼면 크게 개선되고 있지 않다. 여기에 신종 코로나 사태가 겹쳤다. 한은이 다음 달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미국이 기준금리를 동결했어도 한국은 외환보유고가 많아 자금 유출을 우려할 상황이 아니다. 3월에는 금통위가 없기 때문에 다음 달에 미리 기준금리를 낮춰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한은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윤면식 부총재는 이날 상황점검 회의를 주재한 뒤 기자들과 만나 “과거에 사스나 메르스만 두고 기준금리를 내린 건 아니었다. 신종 코로나 사태가 어떻게 전개될지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최지웅 기자 wo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