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도 없고, 투표용지 뒷번호 받을 위기의 ‘안철수 신당’

입력 2020-01-30 16:45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한상진 서울대 사회학과 명예교수와 만나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창당을 앞둔 ‘안철수 신당’이 현실적 고민에 빠졌다. 안철수계 비례대표 의원들이 바른미래당을 탈당하면 의원직을 상실하게 되는데, 이 경우 신당은 정당보조금을 거의 받지 못할뿐더러 정당 기호도 뒷번호를 받게 된다. 선거를 70여일 앞두고 효율적으로 선거운동을 하기 위해서는 신당 명에 ‘안철수’를 전면에 내세울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동섭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권한대행은 30일 “국민만 바라보겠다는 안 전 대표의 생각을 우리 7명의 의원들(권은희 김삼화 김수민 김중로 신용현 이동섭 이태규)이 따를 생각”이라며 “비례대표 6명(권 의원 제외한 6인)이 의원직을 상실하면 정치 활동에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의원 신분을 유지하면서 안 전 대표와 함께 새로운 신당을 출범하겠다”고 말했다. 안 전 대표는 “신당 창당과 관련해서는 따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을 조만간에 갖겠다”고 밝혔다.

안철수 신당에 의원 신분으로 합류하는 인원이 권 의원 한 명이라면 신당이 받을 수 있는 정당보조금은 3600여만원에 불과할 전망이다. 정치자금법에 따라 정당보조금은 교섭단체에 우선 배분되고 의석수와 최근 선거 득표율에 따라 차등적으로 나뉘는데, 신당은 의석수가 1석인 데다 선거에 출마한 적이 없어 득표율 배분도 적용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20대 총선에서 국민의당이 얻은 선거 득표율에 따른 보조금은 국민의당을 계승한 바른미래당 몫이다.

정당 기호가 뒤로 밀려 투표용지 앞 장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로 정당이 난립할 경우 의석수 순서로 정해지는 정당 기호에서 후순위를 받게 된다는 것이다. 다만 바른미래당 호남계 등 의원들이 신당에 합류할 가능성도 있다. 이 권한대행은 cbs 라디오에서 “얘기는 할 수 없지만 심지어 집권당에서도 저와 만나 얘기한 분이 있다”며 “(신당 합류 얘기가 오간 사람들이) 다섯 손가락 안에 든다”고 언급했다.

안 전 대표는 독자 노선을 걷겠다는 의지를 재차 표명했다. 프랑스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 모델’을 목표로 삼은 그는 이날 필립 르포르 주한프랑스대사와 한상진 서울대 사회학과 명예교수를 잇달아 만났다. 안 전 대표는 “프랑스도 우리나라와 상황이 비슷했다. 거대 양당에 신물이 난 국민이 양당을 다 처벌했다”며 “기득권 거대 양당이 선거가 가까워지면 중도 코스프레(흉내)를 하지만 선거가 끝나면 결국 다시 좌우 양극단으로 돌아간다. 중도 유권자는 선거 때마다 속고 있다. 반복되는 기대와 실망을 이제는 끊어야 한다”고 말했다.

심희정 김용현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