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각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의심 환자가 잇따라 나오면서 아프리카까지 번진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현재 전 세계에서 신종 코로나가 빠르게 확산되는 가운데 아프리카와 중남미만 확진 환자가 나오지 않은 상태다. 아프리카의 경우 의료시설이나 인력 등에서 바이러스 대처 능력이 떨어지는 만큼 한번 확산되면 걷잡을 수 없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30일(현지시간) 수단, 케냐, 코트디부아르, 아이보리 코스트, 에티오피아, 적도기니 등에서 신종 코로나 의심 환자가 보고됐다고 전했다. 특히 29일 잠비아에서 확진 환자가 나왔다는 남아프리카 공화국 언론의 보도가 나온 뒤 해외 언론이 이를 인용해 “아프리카도 코로나바이러스에 뚫렸다”는 기사가 나오는 소동이 일기도 했다. 아프리카 중부에 있는 잠비아는 다른 9개국과 인접한 내륙국이어서 확진 환자가 발생할 경우 아프리카 전역의 국경 방역망에 비상이 걸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치탈루 칠루프야 잠비아 보건부 장관은 30일 “코로나바이러스 확진 환자가 나왔다는 일부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고 밝혔다.
의심환자가 발생한 국가들은 코로나 감염 증상을 보인 의심 환자들을 격리한 뒤 치료 및 관찰을 하고 있다. 수단의 의심 환자 2명은 중국 우한을 방문했으며, 적도기니의 의심 환자 4명은 중국 베이징에서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코트디부아르 등에서 치료중인 코라나 감염 의심 환자들은 모두 중국에서 왔다.
AFP통신 등은 아프리카 국가들이 신종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한 예방조치에 돌입했다고 전했다. 아프리카 최대 경제권인 나이지리아는 중국으로 여행 계획이 있는 자국민에게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연기하라는 내용의 여행 권고문을 발표했다. 그리고 항공사들에게 나이지리아 착륙 전 어떤 신종코로나 관련 증상이 기내 승객 등에게 보이면 즉각 보고하도록 조치했다
나이지리아 보건당국은 “중국이나 신종 코로나가 주로 발병한 나라에서 입국하는 사람들의 경우 어떤 관련 증세가 보이면 최소 2주간 자택에 머물라”고 권고했다. 나이지리아 소비자보호기구(FCCPC)는 아예 수도 아부자에서 불법 수입 해산물과 고기를 팔던 중국인 소유의 슈퍼마켓을 폐쇄했다. FCCPC는 트윗을 통해 “신종 코로나에 대한 큰 주의 때문에 폐쇄를 단행했다”고 설명했다. 신종 코로나가 중국 우한에서 야생동물을 불법 거래하던 수산물 시장에서 발원한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중국인 소유의 슈퍼마켓을 방치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 적도기니와 모리타니는 모든 중국발 승객들에 대해 14일간 검역을 위해 격리 조치하기로 했다.
아프리카 국가들 중 상당수가 중국의 ‘일대일로’에 참여하면서 중국과의 교류가 밀접해진 만큼 신종 코로나의 확산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미국 언론은 세계보건기구(WHO)가 국제 비상사태 선포를 늦추는 등 늑장 대응한 것과 관련해 “중국이 일대일로로 아프리카에서 영향력을 높여오면서 국제기구에서도 영향력이 지나치게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중국이 신종 코로나 확산을 통제할 능력이 있다면서 비상사태를 선포하지 않은 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 WHO 사무총장은 에티오피아 출신이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