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500만명이 넘는 여행객이 다녀간 대표 관광도시 제주가 감염병 관리에 서툰 대응을 하고 있다.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이후 제주도가 자체적으로 개최한 평가 보고회에서 지적됐던 대응체계 미흡 등의 문제가 이번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우한 폐렴) 사태에서도 그대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30일 질병관리본부 국립제주검역소와 제주시보건소 등에 따르면 지난 26일 제주에서 중국 닝보(저장성)로 가려던 중국인 관광객 5명이 중국으로부터 입국을 거부당했다. 중국 정부가 발열 등 우한 폐렴 유증상자나, 증상이 없더라도 우한시 거주자에 대해서는 중국 내 격리시설이 부족할 경우 등 여러 상황에서 한시적으로 입국을 거부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이번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의 발원지인 중국 우한(허베이성)에 거주 중인 가족으로, 21일 중국 난징에서 제주로 들어온 뒤 26일 제주 공항에서 닝보로 가려다 입국을 거부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이 같은 우한 거주자의 출국 거부 소식은 다음 날인 27일에야 제주도에 알려졌다. 정식 보고체계가 아닌, 제주도·정부 관계자 간 ‘우연한’ 대화를 통해서였다. 조사 결과 우한 폐렴 증상은 확인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들의 잠복기가 진행중인 상황에서 우한 출신 여행객들의 체류 사실을 제주도정이 뒤늦게 알았다는 것은, 행정의 감염병 대응 역량에 공백을 시사한다.
국립제주검역소는 이들이 우한에서 오긴 했지만 유증상자가 아니기 때문에 제주도에 통보할 의무는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제주도에서 질병관리본부 매뉴얼보다 강화된 통보 지침을 설정해 요청을 해왔다면 공조 차원에서 협조가 가능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2015년 메르스 사태 당시에도 제주의 의료진들은 관계기관 간 공조체계 구축을 강조했다. 이 같은 의견은 당시 제주도가 자체적으로 개최한 ‘감염병 청정 제주를 위한 메르스 등 신종 감염병 대응대책 평가 및 개선방안 평가보고회’에서도 주요 보완점으로 거론됐다.
제주도의 허점은 우한 중국인을 검사하러 간 제주시보건소의 대응에서도 드러난다. 제주시보건소는 감염대응팀을 개설하고도 중국어 통역 인력을 두지 않아 이들의 입도 시점과 제주여행 동선 등을 확보하지 못하고 돌아왔다.
제주대학교의 한 의료보건 관계자는 “제주는 무비자 지역인 데다 아열대 생태계로 변화하는 최전선에 있어 신종 감염병 환자가 처음 발생할 가능성이 농후한 지역”이라며 “감염병 발생을 능동적으로 찾아낼 수 있는 선제적 체계를 반드시 갖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