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유행병 위험의 새로운 시대”… 세계화·인구밀집이 부추겨

입력 2020-01-30 15:58 수정 2020-01-30 16:39
한 아시아계 여성이 29일(현지시간) 멕시코시티 국제공항에 마스크를 낀 채 도착했다. 사진=AFP연합뉴스

미국 인터넷매체 악시오스는 29일(현지시간) 신종 코로나 발병과 관련해 세계적 팬데믹(pendemic·대유행병) 위험의 새로운 시대가 도래했다고 보도했다. 도시화, 인구증가, 인구 및 상품의 급속하고 광범위한 이동이 과거보다 증가하면서 팬데믹 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30일 0시 현재 중국 내 신종 코로나 확진자는 7711명, 사망자 170명이다. 전날보다 1700여명, 38명 늘어난 수치다. 2002~2003년 사스 당시 9개월에 걸쳐 5300여 명의 환자가 발생한 데 비하면 훨씬 빠른 속도다. 신종 코로나 확진자 발생 국가 및 지역(홍콩·마카오·대만 포함)도 약 2개월 만에 20곳으로 늘었다.

존스홉킨스대학 보건안전센터 아메시 아달자 박사는 “바이러스의 이동시간이 급격히 줄었다”며 “바이러스는 이제 증기선이 아닌 제트기의 속도로 퍼진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구증가와 도시로의 이동은 사람들이 밀집한 거대 도시를 형성하고, 이곳에서 질병은 쉽게 퍼진다”고 덧붙였다. 악시오스는 “신종 코로나 같은 전염병의 발병과 그에 따른 공포는 지정학과 세계 경제를 휘젓는 위협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 악시오스 웹사이트 캡처

다만 동시에 의학의 발전은 새로운 질병에 대한 인간의 회복력을 높여주기도 한다고 악시오스는 전했다. 더 나은 시설과 장비, 의약품 등으로 치명상은 피한다는 것이다. 여러 가지 요인을 고려해야 하지만, 현재까지 신종 코로나로 인한 사망자는 중국 외에서는 나타나지 않았고 치사율도 약 3%로 낮다.

문제는 전염병으로 파생되는 문제들이다. 신종 코로나는 이미 세계 경제, 상품가격, 공급망 등에 타격을 주고 있다. 세계 경제의 ‘엔진’인 중국이 발병지라는 특수한 상황도 여기에 한몫 한다.

우선 중국 경제에 미칠 충격이 사스 당시 보다 더 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노무라 그룹 계열사인 노무라 인터내셔널이 “올해 1분기 중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지난해 4분기(6%)보다 2% 포인트 이상 낮아질 수 있다”고 추정했다. 사스 여파가 컸던 2003년 2분기 중국의 성장률은 9.1%로 전분기의 11.1%보다 2% 포인트 하락했는데 이번에는 더 큰 영향이 있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세계 산업의 허브인 중국의 경제 악화는 글로벌 경제 악화로도 이어질 수 있다. 애플은 신존 코로나가 단기적으로 사업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내다봤고, 스타벅스·맥도날드·이케아·유니클로 등 많은 업체들이 중국 매장을 폐쇄하고 있다. 중국인 해외 관광객 지출이 한 해 2580억달러(약 306조원)에 달해 세계 관광시장에 미치는 충격도 막대하다. 뉴욕타임스(NYT)는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성장 엔진 중 하나가 사실상 꺼졌다”며 “중국은 세계 최대의 제조공장이며 전체 생산량의 6분의 1을 차지하는 국가”라고 전했다.

미국외교협회(CFR) 소속 글로벌 보건담당 선임 연구원인 옌중황은 “신종 코로나와 같은 전염병 발병을 둘러싼 과잉흥분은 바이러스 자체보다 더 피해를 양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