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전세기 연기됐는데, 편명·출발시간 그대로…곳곳서 혼란한 인천공항

입력 2020-01-30 15:29
30일 오전 7시30분쯤 우한행 전세기 관련 출발정보가 인천공항 전광판에 떠 있는 모습. 조민아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신종 코로나) 발원지인 중국 우한에 있는 교민들을 데리고 오려던 전세기 출항 일정이 돌연 미뤄지면서 인천국제공항 곳곳에서 혼란스러운 상황이 벌어졌다.

30일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의 전광판에는 오전 7시부터 우한행 전세기의 출발시간과 편명 등 비행 정보가 떠 있었다. 출발시간은 당초 예정됐던 것처럼 각각 오전 10시, 12시였다. 이날 새벽부터 전세기 2대의 운항 일정이 변경됐다는 이야기가 나왔지만, 전혀 반영되지 않은 모습이었다.

30일 한산한 인천공항의 모습. 조민아 기자

첫 번째 전세기 운항은 출발시간이 다 돼서야 결항됐다고 안내됐다. 주황색 글씨로 ‘결항’이라는 문구가 뜨자 전광판을 지나던 시민들은 “중국 정부가 우한에 있는 교민들을 밖에 못 나가게 한다더라”고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이야기를 나눴다. 이날 공항을 찾은 김모(63)씨는 “비행기가 연기된 이유도 이미 전염된 사람들이 한국에 들어오면 중국 정부가 욕 먹을까봐 허가 안해준 게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당초 오전 12시에 출발하기로 예정됐던 두 번째 전세기는 정오가 지나서도 운항 정보가 계속 전광판에 떠 있었다. 오후 12시 30분이 돼서야 전세기 관련 정보가 내려갔다. 인천공항 관계자는 “원래 정부 전세기 편명은 뜨지 않는 걸로 아는데, 우한행 전세기의 경우 어떻게 공지된 건지 파악 중”이라고 밝혔다. 공항 내 시민들은 우한행 전세기 항공 정보가 게재된 사진을 찍기도 했다.

오전 한때 공항 전광판에는 오전 12시 전세기의 변경된 출발 시간이 오후 8시 45분이라고 뜬 모습. 조민아 기자

특히 이날 오전 한때 공항 전광판에는 오전 12시 전세기의 변경된 출발 시간이 오후 8시 45분이라고 뜨기도 했다. 이 운항 정보는 수분 뒤 사라졌다. 최모(60)씨는 “우한에 있는 교민들을 얼른 데려와야 하는데 자꾸 늦어져서 안타깝다”며 “정부는 갑자기 귀국 일정을 미루는 등 교민들에게 혼란을 주면 안되지 않냐”고 말했다. 보안직원 오모(28)씨는 “상황이 더 악화되기 전에 하루 빨리 전세기를 띄워 우리 국민들이 귀국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공항을 찾은 시민들은 신종 코로나 발생 이후 어수선한 분위기를 체감한다고 입을 모았다. 최모(72)씨는 “여행 전 설렘과 기대감이 컸는데 신종 코로나로 인해 분위기가 영 좋지 않아 걱정이 드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조모(21)씨는 “공항에 오니 다들 마스크를 쓰고 있어 사태의 심각성을 더 크게 느끼고 있다”며 “공항에서만 조심하면 된다고 해 출국 전까진 마스크 벗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공항 직원들도 혹시 모를 신종 코로나 감염을 조심하는 눈치였다. 대한항공 직원 A씨는 “카운터에서 일하면서 불안감을 많이 느껴 마스크 뿐 아니라 위생장갑도 끼고 있다”며 “중국인 승객이 많은데, 마스크를 하지 않은 사람들이 있어 여권을 만지는 것 조차 꺼려진다”고 말했다. 공항 내 시민들이 마스크를 하지 않은 중국인들에게 곱지 않은 눈초리를 보내는 등의 모습도 보였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