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신종 코로나) 발원지인 중국 우한에 있는 교민들을 데리고 오려던 전세기 출항 일정이 돌연 미뤄지면서 인천국제공항 곳곳에서 혼란스러운 상황이 벌어졌다.
30일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의 전광판에는 오전 7시부터 우한행 전세기의 출발시간과 편명 등 비행 정보가 떠 있었다. 출발시간은 당초 예정됐던 것처럼 각각 오전 10시, 12시였다. 이날 새벽부터 전세기 2대의 운항 일정이 변경됐다는 이야기가 나왔지만, 전혀 반영되지 않은 모습이었다.
첫 번째 전세기 운항은 출발시간이 다 돼서야 결항됐다고 안내됐다. 주황색 글씨로 ‘결항’이라는 문구가 뜨자 전광판을 지나던 시민들은 “중국 정부가 우한에 있는 교민들을 밖에 못 나가게 한다더라”고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이야기를 나눴다. 이날 공항을 찾은 김모(63)씨는 “비행기가 연기된 이유도 이미 전염된 사람들이 한국에 들어오면 중국 정부가 욕 먹을까봐 허가 안해준 게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당초 오전 12시에 출발하기로 예정됐던 두 번째 전세기는 정오가 지나서도 운항 정보가 계속 전광판에 떠 있었다. 오후 12시 30분이 돼서야 전세기 관련 정보가 내려갔다. 인천공항 관계자는 “원래 정부 전세기 편명은 뜨지 않는 걸로 아는데, 우한행 전세기의 경우 어떻게 공지된 건지 파악 중”이라고 밝혔다. 공항 내 시민들은 우한행 전세기 항공 정보가 게재된 사진을 찍기도 했다.
특히 이날 오전 한때 공항 전광판에는 오전 12시 전세기의 변경된 출발 시간이 오후 8시 45분이라고 뜨기도 했다. 이 운항 정보는 수분 뒤 사라졌다. 최모(60)씨는 “우한에 있는 교민들을 얼른 데려와야 하는데 자꾸 늦어져서 안타깝다”며 “정부는 갑자기 귀국 일정을 미루는 등 교민들에게 혼란을 주면 안되지 않냐”고 말했다. 보안직원 오모(28)씨는 “상황이 더 악화되기 전에 하루 빨리 전세기를 띄워 우리 국민들이 귀국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공항을 찾은 시민들은 신종 코로나 발생 이후 어수선한 분위기를 체감한다고 입을 모았다. 최모(72)씨는 “여행 전 설렘과 기대감이 컸는데 신종 코로나로 인해 분위기가 영 좋지 않아 걱정이 드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조모(21)씨는 “공항에 오니 다들 마스크를 쓰고 있어 사태의 심각성을 더 크게 느끼고 있다”며 “공항에서만 조심하면 된다고 해 출국 전까진 마스크 벗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공항 직원들도 혹시 모를 신종 코로나 감염을 조심하는 눈치였다. 대한항공 직원 A씨는 “카운터에서 일하면서 불안감을 많이 느껴 마스크 뿐 아니라 위생장갑도 끼고 있다”며 “중국인 승객이 많은데, 마스크를 하지 않은 사람들이 있어 여권을 만지는 것 조차 꺼려진다”고 말했다. 공항 내 시민들이 마스크를 하지 않은 중국인들에게 곱지 않은 눈초리를 보내는 등의 모습도 보였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