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500개 놓고 사라진 中청년… 거수경례로 답한 경찰

입력 2020-01-30 15:03
마스크 500개를 기부하고 사라진 청년을 향해 거수경례를 하는 경찰들. 이하 중국 양광앙

중국 대륙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마스크 500개를 파출소에 기부하고 도망치듯 사라진 청년과 그에게 예우를 다한 경찰들의 사연이 주목받고 있다.

30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지난 27일 오후 3시 20분쯤 중국 안후이성 류안시 화산파출소 앞에 20세 안팎으로 보이는 젊은 남성이 가슴 한가득 박스 10개를 들고 나타났다.

청년은 파출소 안으로 들어와 박스들을 접수창구 선반에 내려놓았다. 그는 아무런 설명도 없이 “수고하세요”라고 말한 뒤 몸을 돌려 도망치듯 뛰어나갔다.

청년이 놓고 간 박스 10개에는 총 500개의 일본산 일회용 마스크가 들어있었다. 당직을 서고 있던 경찰들은 뒤늦게 청년을 쫓았지만 그는 이미 멀리 뛰어가고 있었다. 청년은 파출소 주차장을 벗어나기 전 잠깐 뒤를 돌아보며 손을 흔들었다. 경찰들은 청년이 사라진 방향으로 거수경례를 해 감사의 뜻을 표했다. 청년은 경찰들이 지켜보는 사이 곧 자취를 감췄다.


마스크가 든 박스들을 내려놓고 바로 뛰어나가는 청년.

이날 0시 기준 중국 내 신종 코로나 확진자 수는 7711명에 달한다. 하루 만에 1737명이 증가했을 정도로 빠른 확산 추세다. 현재까지 중국 내에서 170명이 사망하고 1370명이 중증 증세를 보였다. 이 같은 국가적 위기에 각자의 자리에서 바이러스와 맞서는 시민들의 사연은 중국인들의 마음을 울리고 있다.

지난 27일에는 신종 코로나 발원지인 후베이성 우한의 한 간호사가 삭발했다는 소식이 알려져 주목을 받았다. 긴 머리카락은 보호복을 입는 데 방해가 돼 더 많은 사람을 살릴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같은 날 우한 셰화병원의 간호사 31명도 머리카락을 싹둑 잘랐다.

오래 전 은퇴하고 다칭에 살고 있는 86세의 노의사는 위생건강위원회에 자신이 사는 곳에서 2350㎞나 떨어진 우한에 투입돼 힘이 되고 싶다며 복귀 신청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푸젠성 셴양병원의 부원장은 일손이 부족하다며 휴일에도 방역활동을 하러 나섰다가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어 안타까움을 더했다.

박실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