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는 뱃속 아이를 포기하라고 권했다. 초음파에는 아이 머리가 없었다. 그러나 엄마는 ‘콩닥콩닥’ 심장소리를 내는 생명을 낳기로 결심했다. 하루도 살 수 없을 거라는 의료진의 우려와 다르게 아이는 다음 달 1일, 태어난 지 1년하고도 4개월이 된다. 그 아이의 이름은 오지 고든(Ozzie Gordon)이다.
최근 데일리메일과 더선 등 외신 보도에 소개된 고든군은 2018년 10월 뇌가 노출된 상태로 태어났다. 오지군의 엄마 체코타 고든(25)씨는 임신 20주쯤부터 의료진으로부터 ‘낙태가 어떻겠냐’는 이야기를 들었다. 초음파로 아이의 머리둘레를 잴 수 없었기 때문이다. 소두증이나 무뇌증이 의심되는 상황이었다. 두개골 일부가 없어서 뇌가 밖으로 튀어나오게 되면 뇌가 제대로 발달돼 있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의료진은 엄마에게 경고했다.
엄마와 아빠는 “태어나 보지도 않았는데, 아이의 앞 일을 어떻게 아느냐”며 고집했고, 고든군을 품에 안았다. 아이는 3㎏가 넘게 태어났다. 그러나 아이는 얼굴의 3분의 1이 두 개 골에서 이어진 뇌동맥류로 덮여 있었다. 머리 뼈는 변형돼 있었다.
고든군의 부모는 소중한 시간을 낭비하지 않으려고 아이를 중환자실로 보내지 않고 다른 아이들처럼 병실에서 돌봤다. 그러면서도 죽음의 공포에 떨었다. 엄마는 아이를 낳고 얼마간 화장실에 가는 것조차 무서워했다. 자기가 자리를 비운 사이 아이가 천사가 될까 봐 그랬다고 했다. 그러나 그런 우려와 다르게 고든군은 건강했고, 이틀 만에 퇴원해 집으로 갔다.
하루도 못 살 것 같던 아이는 다른 아이들처럼 웃고 애교도 피운다. 놀이공원에 가기도 했다. 부모는 “기적의 아이”라고 부른다. 물론 지난해 2월에는 뇌 동맥류 절제술도 받았고, 여전히 방문 간호사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
그런데도 엄마는 “오지가 태어난 뒤 정신적으로 괴로운 날들이 계속됐고, 어둠 속을 헤매는 느낌이 들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어떤 장애가 올지 아직은 모르지만, 오지의 미소는 이 모든 염려를 날려준다”고 말했다.
아이의 기이한 모습에 사람들이 눈길이 쏠릴 때면, 엄마는 이렇게 생각한다고 했다. “그래, 아직 내 아들이 살아있구나”라고 말이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