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폐렴) 진원지인 중국 후베이성 우한 교민의 격리수용에 반발하는 충북혁신도시 주민들의 농성이 다시 한 번 격앙되고 있다. 하지만 주민들의 입장과는 달리 충북도는 어쩔 수 없는 정부의 뜻에 따르겠다는 입장이다.
진천주민 100여명은 이날 오전 인재개발원 앞에서 우한 교민 수용 반대 궐기대회를 열었다. 자유한국당 경대수(증평·진천·음성) 의원은 이 자리에서 “주민 의견 수렴 없이 중앙 정부가 일방적으로 우한 교민 수용 대상지를 결정했다”며 “공무원 인재개발원 500m 이내에 800가구가 있는 곳을 군사 작전하듯 속전속결로 결정한 정부 결정을 규탄한다”고 밝혔다.
이봉주 진천군 이장단협의회장은 “정부는 공무원 인재개발원에 외딴곳에 있다고 발표했지만 불과 수백 미터 앞에 아파트가 들어서 있는 주거 밀집 지역”이라며 “보건복지부는 당초 아산 경찰인재개발원만 격리 수용시설로 정했다가 진천도 포함한 이유에 대해 제대로 해명하지 못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민들은 우한 교민 수용 철회 등을 요구하며 40여분간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궐기대회가 끝난 뒤에도 해산하지 않고 인재개발원 앞을 지키고 있다.
경찰은 앞서 이날 오전 8시쯤 인재개발원 정문을 막은 트랙터와 화물트럭이 도로를 불법 점거하고 있다며 불응할 경우 강제 견인하겠다고 경고했다. 현장에 있던 10여명의 주민은 물리적 충돌을 피하기 위해 트랙터와 화물트럭을 자진해서 치웠다.
이시종 충북도지사는 진천 공무원인재개발원을 방문해 주민들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이미 확정된 상태라서 시간이 없다”며 “우한 교민을 외면할 수 없는 차원에서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입장이다”고 말했다. 이어 “주민들의 피해가 없도록 안전 대책에 최대한 노력을 하겠다”며 “이미 정부의 입장을 번복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진천으로 교민이 오도록 대응하지 못해 죄송하다”고 전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한 주민은 “어린 아이 때문에 농성장에 나온 것”이라며 “정부는 지금이라도 도심이 아닌 한적한 곳으로 격리시설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이르면 31일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발원지인 중국 후베이성 내 교민 708명을 진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과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 분산 수용한다. 2016년 9월 진천군 덕산읍 충북혁신도시로 이전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은 최대 519명을 기숙사에 수용할 수 있다.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반경 1㎞에는 아파트 등 6285가구에 1만7237명이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어린이집, 유치원, 초·중등학교 등 교육기관 10곳에는 3521명의 학생이 다닌다.
충북혁신도시로 반경을 넓히면 직선거리 2㎞ 안에 12개 아파트단지 등 1만1000여 세대, 2만6000여명이 거주하고 있다. 어린이집 28곳과 유치원 3곳, 초등학교 3곳, 중학교 2곳, 고등학교 1곳에 6500여명의 학생들이 재학 중이다.
진천=홍성헌 기자 ad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