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생순’ 임오경 ‘왜 민주당이냐’ 묻자 “문 대통령 존경”

입력 2020-01-30 11:24 수정 2020-01-30 11:26

더불어민주당은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주인공의 실제 모델인 임오경 전 서울시청 여자 핸드볼팀 감독을 4월 총선을 겨냥한 15호 인재로 영입했다. 문화체육계 인사 영입은 처음이다.

임 전 감독은 30일 국회에서 열린 영입 환영행사에서 “우리 정치 최고의 순간을 만들고 싶은 임오경”이라며 “코트에서 쓰러진 동료의 손을 잡아 일으켜 세워줬듯, 이제 고단한 국민들 손을 잡아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저는 제가 어디에 있든 그 팀을 최고로 만들었고 최초의 길도 두려워하지 않았다”면서 “저를 최초와 최고를 넘나들게 만든 38년 핸드볼 인생의 원동력은 바로 ‘함께’”라고 말했다.

임 전 감독은 “요즘 제 딸 또래 청년들을 보면 모두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아가는데 왜 그리 현실은 녹록지 않은 지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또 “취업하고 결혼하고 집 장만하는데 어려움 겪는 후배들을 보면 마음이 짠하다”고 했다.

이어 “선수 시절 아이를 맡길 데가 없어서 훈련장에 데리고 다녔던 워킹맘으로서 아이 키우느라 경력이 단절된 엄마들 고충도 남의 일 같지 않다”면서 “어떻게든 힘이 되어주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청년들에게도 여성들에게도 희망의 골로 행복을 선사하고 싶다”고 말했다. 임 전 감독은 청년과 경력단절여성에 관한 언급을 하면서 울먹이는 모습을 보였다.

임 전 감독은 왜 민주당을 선택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거짓없이 말씀드리면 문재인 대통령을 제가 존경했다”고 말했다. 이어 “스포츠계에서 힘이 필요하다면 힘들어하는 사람들의 손을 잡아주고 싶은 마음이 있다”고 말했다.

임 전 감독은 고향인 전북 정읍에서 출마를 준비 중이냐는 질문에는 “(현직 의원인) 유성엽 의원이 존경하는 친오빠 같은 분이어서 정읍은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설이 있다’는 말에도 “수영선수 출신인 최윤희 선배님이 최근 되셨는데 저보다 더 잘 해내실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선배님들이 우선이라는 기본적인 마인드가 있어 선배들에게 양보했던 것 같다”고 했다.

임 전 감독은 체육계 성폭력 문제와 관련해서는 “성인지 감수성에 대한 의무적인 교육이 필요하다”면서 “이런 일이 절대 일어나지 않도록 힘이 닿는 데까지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영입 환영 행사에는 박찬숙 한국여자농구연맹 본부장과 여홍철 경희대 스포츠지도학과 교수, ‘우생순’의 다른 주인공인 오영란 선수가 참석했다.

임 전 감독은 한국 여자핸드볼이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금메달, 1995년 세계선수권대회 우승,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따낼 때 주역으로 활동했다.

이후 결혼과 출산 후 7년 만에 국가대표에 복귀했고, 2003년 세계선수권 대회 3위를 차지하며 아테네 올림픽 출전권을 따냈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는 투혼을 발휘한 끝에 값진 은메달을 목에 걸었고, 이때의 감동은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으로 그려졌다.

임 전 감독은 1995년 일본 여자 핸드볼 리그 소속 히로시마 메이플레즈에서 감독으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그는 일본 여자 실업팀 가운데서도 꼴찌나 다름없었던 히로시마를 10여 년간 8차례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하는 강팀으로 성장시켰다.

이후 2008년 창단한 서울시청 여자핸드볼팀 사령탑을 맡기로 하면서 한국 구기종목 최초 여성 지도자가 됐다.

[임오경 전 감독 영입 행사 발언 전문]
안녕하세요. 우리 정치 최고의 순간을 만들고 싶은 임오경입니다.

38년을 체육인으로 살아왔습니다. 선수 시절 한 개의 올림픽 금메달과 두 개의 은메달, 아시아 최초 세계선수권대회 우승을 따냈습니다. 한국 최초 구기종목 여성감독으로 서울시청팀에 부임해 한국핸드볼 리그와 전국체전 우승, 동아시아대회 우승까지 그랜드슬램을 달성했습니다.

저는 제가 어디에 있든 그 팀을 최고로 만들었고 최초의 길도 두려워하지 않았습니다. 저를 최초와 최고를 넘나들게 만든 38년 핸드볼 인생의 원동력, 바로 ‘함께‘입니다.

핸드볼은 단체구기종목입니다. 동료를 배려하고 함께 뛰는 팀워크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어린 시절부터 남들보다 한 걸음 더 뛰고 한 골이라도 더 넣어 승리를 하면 팀과 동료들이 함께 행복해질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으며 필요한 동료가 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 순간순간, 눈물이 나도록 행복했습니다. 함께한 노력으로 팀이 승리를 따내고 함께한 땀방울로 대한민국을 세계에 알리고 많은 국민을 기쁘게 만들 수 있었던 것이 정말 행복했습니다.

그런데 요즘 제 딸 또래 청년들을 보면 마음이 아픕니다. 모두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아가는데 왜 그리 현실은 녹록지 않은 지, 취업하고 결혼하고 집 장만 하는데 어려움 겪는 후배들을 보면 마음이 짠합니다.

선수 시절 아이 맡길 데가 없어서 훈련장에 데리고 다녔던 워킹맘으로서 아이 키우느라 경력이 단절된 엄마들 고충도 남의 일 같지 않습니다. 어떻게든 힘이 되어주고 싶은 마음이 생겼습니다.

청년들에게도 여성들에게도 희망의 골로 행복을 선사하고 싶습니다.

저는 대나무를 참 좋아합니다. 바람에 흔들릴지언정 쓰러지지 않는 대나무가 숱한 부상과 여러 고비를 겪어왔지만 열심히 살아온 제 모습 같아서입니다. 대나무는 필요한 만큼 영양분을 먹고 나면 땅속에 박힌 뿌리로 다시 자신의 영양분을 땅으로 되돌려준다고 합니다.

제 목에 건 금메달과 은메달은 국민이 걸어주신 사랑의 메달입니다. 죽고 싶을 만큼 힘들었던 지옥 훈련도 국민의 사랑과 관심이 없었다면 견뎌내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 사랑으로 저는 지금 이 자리에 서 있습니다. 이제 국민께 받은 사랑을 되돌려드리고 싶습니다.

핸드볼 선수는 믿음을 던지고 믿음을 받습니다. 동료에 대한 신뢰가 없다면 공을 던질 수도 없습니다. 저는 국민께 감히 제 믿음을 던집니다. 저는 국민이 던져주시는 믿음을 받아 정치에 실현하겠습니다.

코트에서 쓰러진 동료의 손을 잡아 일으켜 세워줬듯, 이제 고단한 국민들 손을 잡아드리고 싶습니다. 핸드볼 선수로는 최고였지만 정치는 이제 신인입니다. 하지만 최초의 길에서 최고의 성과를 만들어냈듯 정치에서도 국민을 위한 최선의 결과를 만들어보겠습니다.

국가대표에서 이제 국민의 마음을 대신하는 국민대표가 되고자 하는 임오경의 첫 출발을 지켜봐 주십시오.

감사합니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