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렵지 않다, 국가적 비상사태” 우한 전세기 자원한 승무원들

입력 2020-01-30 11:09
중국발 항공기 이용객(왼쪽)이 29일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에서 샤워캡과 마스크를 착용한 채 이동하고 있다. 오른쪽은 대한항공 항공기. 뉴시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 발원지인 중국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으로 30일 대한항공 특별 전세기가 급파된다. 우한과 인근 지역에 체류 중인 한국인 700여명을 송환해오기 위해서다. 이번 수송작전에 투입될 운항승무원은 30여명으로, 대한항공 노동조합 소속 간부 등이 대거 자원했다고 한다.

대한항공 전세기는 이날 늦은 오후 우한 공항으로 출발할 전망이다. 애초 오전 10시쯤 출발할 예정이었으나 중국 측 허가 문제로 지연됐다. 외교부 당국자는 “예정됐던 시간보다 늦어졌지만 오늘 전세기가 출발하는 것은 확실하다”며 “오늘 밤 출발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정부는 30~31일 이틀간 전세기 4편을 띄울 예정이었다. 첫날인 30일에는 276석 규모의 A330과 404석의 보잉 747이 떠나기로 돼 있었다. 그러나 1대만 운항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탑승자 간 접촉을 최대한 막기 위해 자리를 띄워 앉으려 했지만, 붙어 앉을 경우 1대에 모두 탑승하는 데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수송기 4편이 계획대로 운항된다면 대한항공 노조 객실지부 간부인 객실지부장, 객실사무차장, 대의원 등 승무원 조합원 총 30여명이 우한 공항을 오간다. 사측에서 수송기에 탑승할 운항승무원을 모집한 결과 노조 간부 및 대의원이 대거 지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송기 탑승이 예정된 객실승무지부장 A씨는 29일 “승무원들은 언제나 사명을 갖고 비행하지만 이번은 국가적 비상사태”라며 “조합원들의 부담을 덜기 위해 (다른 간부들과 함께) 자원하게 됐다”고 비행을 앞둔 소감을 서울신문에 밝혔다.

이어 “승무원들은 속칭 ‘우주복’이라고 하는 보호구를 완전히 착용할 계획”이라며 “두려움은 크지 않다. 지부장으로서 조합원들을 모시고 조심히 가서 교민들을 잘 모시고 오겠다”고 덧붙였다.

우한으로 떠날 일부 승무원들은 가족들이 걱정할까 염려돼 비행 일정을 알리지 못했다고 한다. A씨도 “다들 좋은 뜻으로 자원했지만 가족들의 걱정을 원치 않았다”며 “저도 부인에게만 말했다”고 전했다.

한편 조원태 대한항공 대표이사 회장도 30일 수송기에 탑승할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대한항공 측은 “조 회장의 탑승 여무는 아직 최종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