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염 확률 0%” 아산·진천 시위, 님비조차 안 되는 이유

입력 2020-01-30 09:52 수정 2020-01-30 09:58
충남 아산 주민들이 29일 오후 정부가 중국 우한에서 국내로 이송하는 교민과 유학생을 2주간 임시 수용할 것으로 검토중인 경찰인재개발원 출입로를 트랙터 등을 동원해 차량 출입을 막고 있다. 뉴시스

정부가 중국 우한 등지에 체류하는 국민 700여 명을 전세기로 데려와 격리할 방침이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유증상자는 배제된다. 당초 격리는 천안에 있는 시설로 계획됐지만 돌연 진천과 아산으로 변경됐다. 난데없는 촛불집회가 열렸다. 자국민을 보호하겠다는데 왜? 이들의 주장은 “적어도 여기선 안 된다”였다. 다른 말로 님비. 필요성은 인정하나 내 집 앞마당은 안 된다는 논리다. 그럼 어디로 가라는 건가.

신종코로나에 대한 공포가 연일 확산되면서 격리시설을 위해요소로 취급하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격리되는 이들이 아직은 무증상자일지라도 잠복기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지역 내 감염 확산을 우려하는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격리시설에 두려움을 가질 필요가 없다고 조언한다.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님비현상을 자제해달라는 당부도 함께했다.

이재갑 강남성심병원 교수는 30일 C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우한 교민들을 2주간 시설에 격리하는 조치는 지역 전파 가능성이 0%인 가장 강력한 조치”라고 단언했다.

우한 교민들은 귀국 즉시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과 충북 진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서 2주를 보낸다. 하루 두 번 의료진으로부터 건강 상태를 점검받는다. 방역원칙에 따라 1인 1실을 사용한다. 각 방에는 화장실이 설치돼 있다. 예외적으로 보호자와 함께 생활할 수도 있다. 외출과 면회는 금지된다. 정부는 시설에 의료진을 배치하고 생활물품을 제공한다. 각 시설에는 국립중앙의료원 의료진과 국방부 군의관, 간호장교, 민간 간호사 등 의료진이 배치된다.

하루 2번 발열검사를 받고 문진표를 작성하도록 한다. 그중 체온이 37.5도 이상으로 오르거나 기침 등 호흡기증상이 있으면 곧장 격리의료기관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는다. 잠복기 감염자가 있을 가능성을 대비해 시설 내에서 생활하는 동안 교민끼리도 만날 수도 없다. 개인공간을 벗어날 때는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2주간 특별한 증상이 없으면 보건교육을 받은 후 귀가 조치한다.

이 교수는 “격리 시설에는 의료진과 검역관, 경찰까지 다 배치돼 있다”며 “시설 내 격리자 끼리 전염을 막기 위해 1인 1실이 배정되고, 방을 나갈 때마다 모든 증상을 체크한다. 감염병이 지역 사회에 퍼지지 않도록, 격리 시설 내에도 전파되지 않도록 할 수 있다. 증상이 확산하지 않게끔 중간 단계가 매우 촘촘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격리 시설 기준이 엄격하고, 지역 사회 전파 가능성이 전혀 없기 때문에 지역 주민들은 불안해하지 않아도 된다”며 “불안감은 이해하지만 격리 수용자가 동네를 돌아다닌다거나 하는 주민들이 우려하는 일은 절대 있을 수 없다. 가족이 돌아온다고 생각하고 너그럽게 이해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 교수는 전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는 “우리는 시설 격리를 앞두고 있다. 밀접 접촉자에게 아주 최고 수준의 격리다. 유증상자는 모두 중국에서 들어오지도 못한다. 건강한 사람만 귀국한다”라며 “거기에 의료진이 상주한다. 만약 증상이 나타나면 곧장 국가가 지정한 격리병원으로 후송된다. 외부와의 접촉은 전혀 없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2주면 충분하다”며 “잠복기가 2주 이상 되는 사람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은 같은 날 CBS라디오 ‘정관용의 시사자키’에 출연해 “교민들이 상당히 불안해하고 있다. 고립과 질병에 대한 공포가 크다”며 “정부는 유증상자까지 모두 후송하길 바라지만 협상에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 유증상자는 중국 정부의 방침에 따라서 조치를 받게 된다. 우리는 필요한 물품을 지원한다”고 전했다.

우한 교민들이 귀국했을 때 감염이 확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두고 “그럴 일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신종 코로나는 바이러스의 변종이다. 증상이 발생할 때만 감염된다. 무증상자만 후송하기 때문에 일단 기내에서 감염될 가능성은 희박하다”며 “비행기를 탑승하기 전에 검역이 이뤄지고 의료진과 또 검역관이 추가 검역을 한다. 기내에서도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보건 교육을 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격리시설 지역이 갑자기 바뀐 것을 두고 “천안 주민의 반발로 변경된 것이 아니다. 여러 후보지를 놓고 계속 검토를 했었다”며 “선정 기준 첫째는 규모이고, 그 다음은 국가기관 여부였다”고 전했다.

김 차관은 “국내에 있는 국민 특히 해당 지역의 주민이 불안해하는 걸 충분히 이해한다. 안전에 대해서는 2중, 3중의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며 “지금 일본이나 미국이나 다른 나라의 경우는 한국처럼 시설격리를 하는 나라는 없다. 정부로서는 취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겠다. 우리 국민들이 고생하다 들어오는데 따뜻한 마음으로 맞아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