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엔 다 그랬다” 아동 성착취 작가, 책 절판되자 한 말

입력 2020-01-30 05:27

30년 전 미성년자를 성적으로 착취한 혐의로 수사를 받는 프랑스의 저명한 작가가 “예전에는 누구도 이게 범죄라고 말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프랑스의 작가 가브리엘 마츠네프(83)는 29일(현지시간) BFM 방송과 인터뷰에서 “성인이라면 그런 유혹에 저항해야 한다”면서도 “내가 좋지 않은 일을 했다면 후회한다”고 인정했다. 죄를 뉘우치면서도 ‘당시에는 이런 행위가 용인되는 분위기였다’는 주장을 이어갔다. 그는 “동남아시아에 여행을 가면 미성년자들이 거리에서 행인을 잡아당겼고 경찰은 이를 묵인했다”며 “그때는 그게 그저 작은 일탈이라고 말했지 누구도 범죄라고 말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면서도 시대적 분위기를 탓하며 책임을 돌리고 있는 모양새다.


마츠네프는 과거 15세 미만의 미성년자와 성관계를 한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프랑스 검찰은 작가이자 출판인인 바네사 스프링고라(47)가 자전 에세이 ‘동의(Le Consentement)’ 를 발표한 직후 수사에 착수했다. 그의 저서에는 1980년대 자신이 14세였을 당시 50세이던 마츠네프에게 속아 강제로 성관계를 했다는 폭로가 담겨있었다.

마츠네프는 2013년 문학상인 르노도상의 에세이 부문을 수상한 작가다. ‘거짓말하는 애인’ ‘결별을 위하여’ 등으로 국내에서도 알려진 인물이다. 그는 1970년대에 발표한 ‘16세 이하’라는 수필에서 청소년과 성관계를 하는 것을 찬양하고, 다른 여러 저서에서도 아시아의 미성년자와 성관계를 하는 섹스 관광을 미화했었다.

프랑스 사회는 분노했다. 마츠네프가 과거 아동 성 착취를 공공연히 옹호한 것은 큰 범죄이고, 문단과 지식인 사회가 별다른 제재를 내리지 않은 사실 역시 큰 문제라고 했다. 앞서 그는 1990년대 프랑스 공영방송의 유명한 문학토론 프로그램에 나와 미성년자와의 성관계를 옹호하는 발언을 했었다. 당시 큰 논란은 없었다.

지금은 다르다. 검찰은 수사에 착수했고, 정부와 출판사 및 서점은 마츠네프와 그의 작품들을 상대로 본격적인 제재를 시작했다. 프랑스 문화부는 마츠네프에게 지급해온 보조금 지원을 중단했다. 그는 2002년부터 지원을 받고 있었다. 국가에서 수여한 공로훈장도 취소할 방침이다. 주간지 ‘르 푸앙’은 그의 연재를 즉시 폐지했다. 그와 손을 잡았었던 출판사 갈리마르와 온라인 서점들도 잇달아 절판을 선언했다. 현재 시중에 나와있는 책도 판매를 중지했다.

마츠네프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크게 반박했다. 그는 “나는 최근 몇 주간 사회적으로 완전히 파멸했다”며 “국가가 나를 죽이려고 대못질을 한다. 과거 소련이 했던 짓과 같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신의 부모가 이같은 탄압의 배경이라고 추측했다. 마츠네프의 부모는 러시아 혁명 당시 백군 편에 섰다가 패배하자 박해를 피해 프랑스로 이주한 러시아인이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