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만 4회 출석요구 불응” 檢, 황운하 ‘묻지마 기소’ 주장 반박

입력 2020-01-29 23:07 수정 2020-01-29 23:52
황운하 전 울산경찰청장. 국민일보DB

청와대의 하명 수사 및 선거개입 사건을 수사해온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부장검사 김태은)는 29일 황운하 전 울산경찰청장을 공직선거법위반, 직권남용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황 전 청장은 재판에 넘겨진 직후 “2차례 출석요구가 있었는데 총선 예비후보로서 불가피한 일정이 있음을 설명했다” “2월 4일 이후 검찰 출석 입장을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검찰은 이에 대해 “출석요구가 이달 중에만 4차례였고, 2월 4일 이후의 출석도 확정된 것은 아니었다”고 반박했다.

황 전 청장은 29일 국민일보에 문자메시지를 보내 “출석 의사를 밝혔음에도 조사 자체를 건너뛰고 ‘묻지마 방식’으로 기소를 강행한 것은 최소한의 방어권 보장이라는 헌법상 기본권조차 무시하는 발상”이라고 했다. 그는 검찰의 결정을 “인권 보장과 실체적 진실 발견이라는 형사사법제도의 이념을 무너뜨리는 터무니없는 결정”이라고 했고, “기소라는 결론을 정해놓은 다음 ‘짜 맞추기 수사’를 진행하고 수사결론을 내리는 것은 수사와 기소의 부적절한 결합”이라고 덧붙였다.

황 전 청장은 4월 총선에 출마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그는 문자메시지에서 “2차례 출석요구가 있었고, 그때마다 총선 예비후보로서 불가피한 일정이 있음을 설명하고 출석연기요청서를 제출했다”며 “예정된 급한 일정이 끝난 이후인 2월 4일 이후에는 검찰 측 요청대로 출석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했다. 그는 “2월 4일 이전에라도 일정이 맞으면 출석하겠다고 통지했다”고도 했다.

검찰은 황 전 청장의 ‘묻지마 방식 기소’ 주장을 반박했다. 검찰 관계자는 “검찰이 이달 중에만 4차례에 걸쳐 출석을 요구했으나 (황 전 청장이) 출석하기 어렵다는 등 소환에 불응하겠다는 의사를 알려 왔다”며 “(황 전 청장이) 처음에는 선거일 이후 조사를 요청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는 “2차례 출석요구가 있었다”는 황 전 청장의 주장과 다르다.

황 전 청장이 다음 달 4일 이후 출석하겠다고 밝혔다는 주장 역시 사실과 차이가 있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검찰 관계자는 검찰 중간간부 및 평검사들의 인사발령일이 다음 달 3일로 결정되자 황 전 청장이 “2월 4일 이후 출석을 변호인과 상의해 보겠다”고 알려 왔다고 밝혔다. 출석을 하겠다는 확정적 의사 표시가 아니었고, 어디까지나 변호인과 상의하겠다는 조율 취지였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 같은 전후 사정을 황 전 청장 기소 결정에 고려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이날 오전 대검 공공수사부 간부,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을 포함해 연 간부회의에서는 “황 전 청장 소환의 ‘실익’이 없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회의 참석자들 중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만이 황 전 청장을 직접 조사한 뒤 기소를 결정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의 의견을 냈다. 윤 총장이 최종적으로 기소를 결정했다.

검찰은 황 전 청장이 송철호 현 울산시장으로부터 2017년 9월 수사 청탁을 받았다고 판단했다. 당시 울산시장으로 송 시장의 경쟁자였던 김기현 전 시장에 대한 수사를 청탁 받았다는 것인데, 청와대 역시 2017년 11월 김 전 시장 측 범죄 첩보를 경찰청에 하달했다. 황 전 청장은 김 전 시장 수사에 미온적인 울산경찰청 기존 수사팀 경찰관들을 인사 조치했는데, 이는 직권남용 혐의가 됐다.

울산경찰청이 울산시청 압수수색에 나선 날은 김 전 시장이 2018년 6월 지방선거의 자유한국당 후보로 공천이 확정된 당일이었다. 황 전 청장은 울산지검의 3차례 보완 수사 지휘에도 불구하고 김 전 시장 측근들에 대한 기소 의견만을 고집했다.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된 김 전 시장의 측근들은 직권남용, 뇌물수수 혐의에 대해 지난해 3월 최종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김 전 시장은 그 사이 낙선했다.

허경구 박상은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