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대변한다” 20대 여교사 하녀처럼 부리다 구타살해…징역 30년

입력 2020-01-29 18:10
기사와 관련 없는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자신이 신을 대변한다며 종교적 멘토로 접근해 20대 초등학교 여교사를 살해한 40대가 항소심에서 징역 30년을 선고받았다.

광주고법 제주재판부 형사1부(이재권 수석부장판사)는 29일 살인과 특수폭행, 사기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모(47)씨의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과 같은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김씨는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신앙 상담을 한다는 명목으로 교회를 돌아다니며 피해자를 물색했다. 그는 초등학교 여교사 A씨(27) 등 3명에게 접근해 자신이 ‘신을 대변한다’며 신앙 멘토가 되어줄 것을 제안했다.

그러나 관계가 깊어지자 김씨는 곧 본색을 드러내며 교주처럼 행세하기 시작했다. 그는 피해자들을 아랫사람처럼 부리면서 청소와 설거지, 애 돌보기 등 자신의 허드렛일을 시켰다.

김씨는 헌금 명목으로 돈을 빼앗기도 했다. 그는 “통장에 돈이 있으면 안 된다”며 A씨의 각종 보험금과 예금을 모두 빼앗는 등 피해자들로부터 166차례에 걸쳐 3억9800여만원을 착취했다.

뿐만 아니라 피해자들을 상습적으로 나무 막대기나 야구방망이로 구타하는 등 폭력을 일삼았다.

이 같은 김씨의 횡포에 피해자들이 하나둘씩 연락을 끊으며 벗어나려 하자 김씨는 남은 A씨에게 강한 집착을 보였다. 김씨는 지난해 6월 2일 오전 10시35분 제주 서귀포시 모 아파트에서 자신에게 복종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30여분간 A씨의 얼굴과 몸통을 수차례 때렸다. 결국 A씨는 췌장이 파열돼 복강 내 대량 출혈로 사망했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죽을 수도 있다는 위험성을 인식하고도 계속해서 폭행을 가해 살인에 대한 미필적 고의가 인정되고, 피고인이 편집성 성격장애와 같은 심신미약을 주장하지만 범행 전후 행동을 모두 고려할 때 변별 능력이 없을 만큼 중하지 않아 보인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가장 소중한 가치인 생명을 빼앗았음에도 반성의 모습을 보이지 않는 등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면서도 일부 피해자와 합의하고, 1억원을 공탁한 점 등을 고려해 검사와 피고인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고 밝혔다.

김씨는 지난해 8월 14일 1심 재판에서 징역 30년을 선고받았다. 피고인과 검사 측은 법리 오해와 양형부당 등을 이유로 항소했다.

이홍근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