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증상 감염자’도 신종코로나 전파 가능?… “아직 근거 부족”

입력 2020-01-29 18:10
29일 오전 인천시 계양구 인천교통공사 귤현차량기지에서 공사 관계자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을 예방하기 위해 열차 안에서 방역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세계보건기구(WHO)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과 관련, ‘무증상 감염자’도 바이러스를 옮길 가능성을 시사했지만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아직 근거가 부족하다고 보고 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29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WHO가) 현 상황에서 정황 증거만으로 무증상 감염자의 바이러스 전파를 언급한 건 신중하지 못한 대처”라며 “공포만 확산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잠복기 또는 무증상 상태에서 다른 사람에 바이러스를 옮긴 사례는 환자가 이미 폐렴으로 진단받은 경우로 보인다”며 “바이러스 감염 시 환자가 증상을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폐렴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 국내 확진 환자 중에서도 증상을 느끼진 못했으나 고해상도 컴퓨터단층촬영(CT)에서 폐렴 소견이 보이는 사례가 나타났다.

잠복기와 무증상을 구분하기도 어려운 데다 잠복기에서 발병으로 넘어가는 단계에서도 환자가 인지하지 못하는 경증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으므로 이때를 무증상으로 지칭할 수 있느냐는 의문도 제기됐다.

엄 교수는 “잠복기와 무증상 상태에서의 바이러스 전파는 확실히 증명된 후에 언급돼야 할 문제”라며 “현재 근거가 부족한 만큼 과도한 우려나 불안은 지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상황을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국내 확진 환자 4명과 밀접 접촉한 사람 중에서도 아직 환자가 나오지 않고 있다”며 “증상이 없는 사람의 바이러스 전파력을 크게 염려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질병관리본부에서도 잠복기나 증상이 없는 상태에서는 바이러스 전파력이 높지 않다고 보고 있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체내에 들어온 바이러스는 증식·증폭 과정을 거쳐 양이 늘어나는데, 증상이 발현되기 전까지는 바이러스의 양이 매우 적다”며 “무증상기나 잠복기에 바이러스의 전염력이 있다는 건 좀 더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근거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영철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