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우왕좌왕’, 주민들은 ‘님비’… 힘 합쳐도 모자랄 판인데

입력 2020-01-29 17:53 수정 2020-01-29 18:03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이 29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책 상황 및 우한 교민 이송 대책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2019-nCoV·신종 코로나) 발원지인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전세기로 귀국하는 교민들을 충남 아산과 충북 진천의 정부 시설에 격리 수용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정부는 이틀간의 논의 과정에서 시설 지정과 신종 코로나 유증상자의 입국 여부 등을 놓고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이는 등 혼선을 일으켰다는 비판이 나왔다. 또 격리시설을 놓고도 지역 주민들이 강력 반발하는 등 이른바 ‘님비 현상’도 벌어지고 있어 이를 둘러싼 갈등과 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중앙사고수습본부는 2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관계부처 합동으로 3차 회의를 열고 우한 귀국 국민의 임시생활시설로 아산 경찰인재개발원과 진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2곳을 지정했다고 발표했다.

정부는 또 중국 당국과의 협의 결과, 우한 교민 가운데 무증상자를 우선 이송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은 “귀국 희망 국민들의 불편과 감염 가능성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를 최소화하기 위해 수용시설을 결정했다”며 “각 시설의 수용능력, 인근지역 의료시설의 위치, 공항에서 시설 간의 이동거리, 지역안배 등을 고려해 선정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를 놓고 정부가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여 지역주민 반발의 빌미를 제공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정부는 전날인 28일 임시생활시설을 충남 천안에 설치하기로 결정했지만 하루 만에 아산과 진천으로 바꿨다. 정부는 전날 관계기관 합동브리핑 직전 언론에 배포한 발표문에 ‘임시 생활보호시설은 충남 천안에 위치한 우정공무원교육원과 국립중앙청소년수련원 2곳이 지정됐다’는 내용을 명시했다.

그런데 브리핑에서는 이 내용을 빼고 “관계부처 간 검토를 거쳐 공무원 교육시설을 활용하는 방안을 강구 중”이라고 했다. 이런 내용이 알려지자 천안 지역주민뿐 아니라 지역 출신 정치인들까지 가세해 임시생활시설 설치를 강력 반대했다.

충남 아산 주민들이 29일 오후 정부가 중국 우한에서 국내로 이송하는 교민과 유학생을 2주간 임시 수용할 것으로 검토중인 경찰인재개발원 출입로를 트랙터 등을 동원해 차량 출입을 막고 있다. 뉴시스

우한 교민의 신종 코로나 유증상자 입국 여부를 놓고도 혼란이 이어졌다. 박능후 복지부 장관은 이날 오전 6개 의약단체장 간담회에서 교민과 유학생을 위해 전세기를 투입하면서 유증상자도 함께 데려오겠다고 밝혔다. 박 장관은 구체적으로 최신 공기순환장치가 갖춰진 전세기에 무증상자와 유증상자를 여객기 1층과 2층에 따로 탑승시켜 의학적·역학적으로 위험 없이 교민을 이송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불과 반나절만에 유증상자 입국은 없던 일이 됐다.

임시생활시설이 설치되는 지역 주민·사회는 강력 반발하고 있다. 아산시의회는 “시민과 함께 반대 운동을 강력히 펼치겠다”고 밝혔다. 진천군 의원들도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의 일방적인 결정은 충북도민을 무시하는 것”이라며 재검토를 요구했다.

김 차관은 “우선 먼저 특이증상이 없는 분들이 입국하게 된다는 점을 분명히 말하고 싶다”며 “필요하다면 직접 해당 지역에 설명을 드릴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모규엽 김영선 최승욱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