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정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발원지인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서 대피시킨 자국민을 본토에서 멀리 떨어진 크리스마스 섬에 격리수용하기로 했다. 크리스마스 섬은 이민자·난민 수용소가 있던 곳이다.
29일(현지시간) ABC 뉴스에 따르면 호주 정부는 “전세기를 이용해 우한을 포함한 후베이성에 거주 중인 국민 600여명을 귀국시킬 계획”이라며 전세기에 탑승한 이들은 호주 본토에서 약 2600㎞ 떨어진 크리스마스 섬에 2주 동안 격리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호주의 우한 거주 국민 귀국 및 격리 계획은 뉴질랜드와 합동 작전으로 진행된다. 탑승자 600여명 중 50명은 뉴질랜드인이다.
전세기로 귀국한 이들은 신종 코로나 잠복기인 2주 동안 크리스마스 섬에서 건강상태를 확인한 뒤 집으로 돌아가게 된다.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는 이날 성명을 통해 “호주 국적기인 콴타스(Qantas) 항공 전세기는 29일 오전 우한으로 출발한다”며 “정부는 시민을 구출하기 위해 최대한 신속하게 움직이겠다”고 밝혔다.
모리슨 총리는 “우한에 단기 체류 중인 호주 국적자, 우한에 자신을 보호할 가족 등이 없는 사람을 우선 대피시키겠다”고 설명했다. 우한에 오랜 기간 체류했거나 가족이 있는 이들은 후순위로 밀려난다. 총리는 “취약계층에 초점을 맞추겠다”며 “영아와 노인은 어떤 상황에서도 우선한다”고 강조했다.
크리스마스 섬은 인도양에 위치한 작은 섬이다. 전체 크기는 135㎢로 제주도의 10분의 1, 울릉도의 두 배 정도다. 호주 본토보다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약 360㎞ 거리)가 더 가깝다.
호주는 2001년 9·11테러 직후 이곳에 이민자 및 난민 수용소를 세워 5000여명이 넘는 난민을 가둬 관리했다.
크리스마스 섬의 수용소는 인권 수준이 열악해 ‘난민들의 무덤’ ‘호주의 관타나모 수용소’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다. 이들의 상황이 세계적으로 알려진 것은 2015년에는 수용된 난민들이 크리스마스 섬을 탈출하는 등 폭동을 일으키면서다. 세계적인 비난이 이어지며 호주 당국은 수용소를 단계적으로 폐쇄했다.
모리슨 총리는 “수용소로 쓰이던 공간에 의료 및 군사 물류 팀을 보내 용도를 변경하겠다”고 설명했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