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신종 코로나)의 여파로 정치권에도 비상이 걸렸다. 4·15 총선을 앞두고 여론의 관심이 온통 신종 코로나에 집중되면서 좀처럼 선거 분위기가 달아오르지 않고 있다. 특히 신종 코로나에 대한 지나친 감염 우려 때문에 선거운동 자체가 제한을 받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등 여야는 총선 선거운동이 혹여나 신종 코로나 확산의 주범이 될까 예방에 만전을 기하는 모습이다. 민주당은 29일 김상희 의원을 위원장으로 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대책특별위원회’를 설치하고, 신종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한 선거운동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후보자들에게 배포하기로 했다. 한국당도 소속 의원들에게 신종 코로나 예방수칙 등의 내용을 담은 문자를 수시로 보내고 있고, 민주당처럼 선거운동 준칙을 만드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에 따라 인파가 몰리는 지하철역, 전통시장 등에서 악수를 청하는 총선 예비후보자들의 모습도 자취를 감추고 있다. 박지원 대안신당 의원은 악수 대신 ‘손가락 하트’로 인사를 대신하기로 했다. 신보라 한국당 의원도 악수 유세 계획을 접고 ‘피켓 인사’로 대신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길거리 인사로 불특정 다수의 시민을 만나는 활동도 줄이기로 했다.
의사 출신인 박인숙 한국당 의원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국회의원들이 역으로 바이러스를 퍼뜨리는 역할을 해선 안 된다”며 “선거운동과는 별개로 인파가 밀집한 지역에 가지 말고, 신체접촉 등을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은 상식”이라고 말했다.
선거운동 자체를 연기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신창현 민주당 의원은 사태가 사그라들 때까지 면대면 선거운동은 자제한다는 방침이다. 같은 당 이해식(서울 강동을), 김원이(전남 목포) 예비후보는 각각 다음 달 1일과 8일에 예정됐던 선거사무소 개소식을 늦추기로 했다.
지명도가 낮은 정치 신인들은 지역을 훑으며 한창 얼굴을 알려야 할 시기에 악재가 덮쳤다며 울상을 짓고 있다. 박민규 민주당 관악갑 예비후보는 “신종 코로나가 있어서 악수는 안 하고 있다. 그래서 SNS와 전화를 이용한 홍보를 많이 하고 있다”며 “선거운동이라는 게 대면 접촉이 중요한데 정치신인들에게는 불리한 측면이 있다”고 토로했다.
여야 지도부는 신종 코로나가 총선에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우리 당은 신종 코로나 대책위를 설치했고 대통령과 총리도 총력 대응을 하고 있다. 국민 안전에 여야가 따로 없다”며 “정부가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으니 과도하게 불안을 부추기거나 불확실한 가짜뉴스에 속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박찬대 원내대변인도 야당을 향해 “외교 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 비현실적 대응을 주문하면서 혐오와 공포를 부추기는 것은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한국당은 신종 코로나와 관련한 정부 대응을 비판하며 연일 파상공세를 펼치고 있다. 황교안 대표는 “국민 생명과 안전 앞에서 여야 진영논리는 있을 수 없다”면서도 “중국인 입국금지 청원자가 삽시간에 50만명을 돌파한 사실을 정부가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우한 폐렴 차단보다 반중 정서 차단이 앞서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심우삼 이가현 김용현 기자 s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