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팟 대박’으로 매출 기록세운 애플…신종 코로나에 발목 잡히나

입력 2020-01-29 17:21

아이폰11과 에어팟의 흥행으로 분기 최대 매출액을 달성한 애플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신종 코로나)으로 인해 떨고 있다. 기록적인 실적에도 제품의 대부분을 우한 일대를 비롯한 중국에서 생산하고 있어 신종 코로나 확산으로 인한 생산 차질과 판매 위기를 맞고 있다.

애플은 28일(현지시간) 지난해 4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918억2000만달러(약 108조)와 222억4000만달러(약 26조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8.9%와 9.5% 확대된 결과로, 전문가들의 매출액 예상치를 40억달러 가량 상회한 ‘깜짝 실적’이라는 평가다. 팀 쿡 애플 CEO(최고경영자)는 이날 실적발표 후 컨퍼런스 콜에서 “아이폰11에 대한 강한 수요와 기록적인 실적을 나타낸 서비스·웨어러블 부문 덕에 분기 최대 매출을 달성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9월 출시된 아이폰 11 프로는 후면 카메라 디자인을 두고 ‘인덕션’이라는 조롱과 “혁신이 사라졌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시장에서 호평을 받으면서 애플은 아이폰으로만 4분기에 559억6000만달러(약 65조8000억원)를 벌어들였다. 기기별 판매량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전년 같은 기간 대비 7.6% 성장한 결과다.

무선이어폰인 ‘에어팟’으로 대표되는 웨어러블·액세서리 매출도 이같은 실적을 견인했다. 제품별 매출액에서 맥(Mac)이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3.5% 줄어든 반면 ‘웨어러블, 홈&액세서리’ 매출액은 37% 증가하며 이번 분기 역대 최고기록을 갈아치웠다. 애플의 주력 상품이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애플은 최근 스마트폰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고 판단, 미디어 등 서비스 분야로 차츰 무게 중심을 옮기고 있다.

특히 미·중 무역전쟁 여파에도 중국 시장에서 아이폰과 웨어러블, 서비스 매출 상승률이 두 자릿수를 기록한 점도 고무적이다. 애플은 매출의 5분의 1가량을 중국 시장에 의존하고 있다.

하지만 확산을 거듭하는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사태가 애플의 사업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애플은 중국 전역에 약 1만명에 이르는 직원을 두고 있으며 아이폰을 포함 애플 주요 제품을 중국에서 생산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애플이 3월 출시 예정인 보급형 모델 ‘아이폰SE2’ 출시 연기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쿡 CEO는 “애플은 우한 지역에 몇몇 공급업체를 두고 있다.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어 정밀 모니터링 중”이라며 “지난 몇 주간 신종 코로나가 애플 소매 판매량에 일부 영향을 미쳤다”고 언급했다.

애플은 현재 일부 중국 매장의 영업시간을 단축하고 있으며, 폐쇄한 매장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제 연휴로 문을 닫은 제조공장들이 재가동을 미루면서 다음 달 10일에나 문을 열 것으로 전망된다. 신종 코로나로 인한 중국의 경기 둔화와 불확실성으로 애플은 올 1분기 매출액 전망치를 630억~670억달러로 크게 낮췄다.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등 외신도 중국 내 여행 금지령이 3월까지 이어진다면 제품 공급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애플 제품을 생산하는 폭스콘 측은 이같은 우려에 대해 성명을 내고 “전 세계 모든 주문을 소화할 방안을 가지고 있다”고 반박했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