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둘러싼 여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장충기(66) 전 삼성미래전략실 차장(사장)과 김종중(64) 전 미전실 전략1팀장(사장)을 다시 소환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4부(부장검사 이복현)는 오전 장 전 사장과 김 전 사장을 동시에 불러 조사했다. 장 전 사장은 지난 20일에 이어 두 번째 소환이다. 김 전 사장은 지난 10일과 17일에 검찰 조사를 받았다.
장 전 사장은 당시 그룹 컨트롤타워이던 미전실 차장으로 재직하며 최지성(68) 전 미전실장(부회장)과 함께 이재용 부회장의 승계를 위해 합병을 주도한 혐의 등을 받는다. 김 전 사장은 합병 과정 전반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삼성물산의 주가가 제일모직과 합병 직전에 비정상적으로 하락한 점을 의심한다. 2015년 상반기 삼성물산 매출액은 전년 대비 10% 넘게 감소했었다. 이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2015년 삼성물산 주식 1주를 제일모직 0.35주와 바꾸는 비율로 적용해 합병했고, 당시 제일모직 최대 주주였던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 최대 주주로 올라섰다.
검찰은 삼성물산이 합병 전 2조원 규모의 해외공사를 수주하고도 이를 두 달 동안 숨기다 합병 결의 후에 공시한 점, 제일모직이 보유한 에버랜드 부지의 표준지 공시지가가 370% 증가한 점 등을 의심하고 있다. 결국 이 부회장의 그룹 내 지배력 강화를 위해 삼성 그룹 차원에서 계획된 일이라고 보고 있는 것이다.
검찰은 지난 17일 김신 전 삼성물산 대표를 소환해 조사하는 등 전·현직 삼성 고위직 인사들을 불러 조사를 이어가고 있다.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 부회장 등에 대한 조사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반부패수사4부가 지난 28일부터 시행된 직제개편안에 따라 공판5부로 전환되면서, 향후 삼성 그룹 의혹 수사는 이번에 신설된 ‘경제범죄형사부(반부패수사3부)’가 맡을 예정이다. 다만 수사를 진행해 온 이복현 반부패수사4부장이 경제범죄형사부장으로 보직을 옮기게 되면서 수사에는 차질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