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미착용 중국인 출입금지” “왜 박쥐를 먹어서”…도넘은 중국 혐오

입력 2020-01-29 17:10 수정 2020-01-29 17:33
서울 서대문구의 한 식당에 "알림. 중국 우한의 감기 바이러스 때문에 중국인 관광객은 꼭 마스크를 쓰고 가게에 들어와주시기 바랍니다. 마스크를 쓰지 않은 경우 매장 출입을 금지합니다"는 내용의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조민아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신종 코로나)으로 인한 공포가 확산되면서 국내의 중국 혐오 현상도 갈수록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감염 우려로 중국인과의 접촉을 피하는 것을 넘어 양국 국민 간 폭행 사건까지 발생했다. 서울에선 “마스크를 쓰지 않은 중국인 관광객은 출입금지”라는 내용의 안내문을 부착한 식당도 등장했다.

29일 서울 성동구 사근동. 대부분이 인근 학생들이 사는 원룸 주택인 이 지역에선 신종 코로나 확산 이후 중국인 학생은 들이지 않겠다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공인중개사 박모(40)씨는 “자취하는 학생 중 4분의 1이 중국인이다. 여기서 일하는 우리도 감염될까봐 무섭다”며 “중국 학생과는 재계약하지 않겠다는 집주인들도 있다”고 말했다. 다른 공인중개사 A씨도 “원래 중국인 임차인은 꺼리는 낌새가 있었는데, 신종 코로나 사태 이후 더 심해지고 있다”고 했다.

이날 서대문구의 음식점에선 마스크를 쓰지 않은 중국인 출입을 금지하는 중국어 안내문을 내걸었다. 이 식당에는 “중국 우한의 감기바이러스 때문에 중국인 관광객은 꼭 마스크를 쓰고 가게에 들어와주시기 바란다. 마스크를 쓰지 않은 경우 매장 출입을 금지하겠다”는 공지문을 부착했다. 식당 관계자는 “최소한의 위생 예절이라고 생각한다”며 “일본에선 2차 감염자가 나왔다고 하는데 일본인 출입금지도 붙일까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전날 중구의 한 식당에서도 “중국인 출입금지”라는 안내문을 게재한 바 있다.

서울 광진구 중곡동에 있는 일명 '중국 양꼬치 거리'. 29일 이 지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의 영향으로 한산한 분위기였다. 조민아 기자

중국인 주민 비율이 높은 광진구 화양동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있었다. 인근 원룸촌에 사는 대학생 권모(24)씨는 “집집마다 중국인이 사는데 손 씻는다고 병이 예방될지 의문”이라며 “그러게 왜 박쥐를 먹어서 전 세계를 공포에 몰아넣는지 모르겠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 지역에서 중국인들을 상대로 부동산을 중개한다는 문모(26)씨는 “이미 살고 있는 중국 유학생들의 몸 상태를 묻는 집 주인들도 있다”고 말했다. 중국 동포들이 운영하는 건대 ‘양꼬치 거리’의 일부 매장들은 개점 휴업 상태다. 마라탕 가게를 운영하는 중국인 사장은 “어제는 한국인 손님이 두 테이블 밖에 없었다”고 했다.

대학이 밀집한 신촌도 마찬가지다. 대학생 박모(23)씨는 “신종 코로나가 퍼지는 상황에서 한국으로 관광오는 중국인들은 배려가 없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토로했다. 신촌의 부동산중개업소는 “고시텔 업주들 사이에선 대학에 중국 학생 대책을 문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고 말했다.

같은 날 홍대입구역 인근 거리에선 한국인 3명과 중국인 4명 간 폭행 사건이 벌어졌다. 한국인들은 “중국으로 꺼져라” “중국인이면 마스크를 쓰고 다녀라” 등의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양측은 이후 경찰 조사에서 합의했고, 피해자들은 처벌 불원서를 제출했다.

지난 27일 한 결혼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사태 이후 신혼여행 취소를 고민하는 글이 올라와 있다. 커뮤니티 캡처

졸업식과 결혼식 등 각종 행사에도 제동이 걸렸다. 중국인 학생 비율이 높은 고려대와 중앙대, 국민대 등은 졸업식 연기 여부를 논의 중이다. 연세대학교 총학생회는 2월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을 무기한 미뤘다. 일부 학교는 졸업식 부대행사를 간략히 진행했다.

결혼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예비 신혼부부들이 “신혼여행 가는데 우한 사람 수만명이 다녀갔다고 해서 걱정이다” “공항에 중국인들이 많다는데 여행을 취소해야 하나” 등의 글을 여럿 올렸다. 서울 시내 예식장에는 하객이 예상보다 적을 것 같으니 장소를 바꿔달라거나 방역과 소독에 신경 써달라는 요청이 잇따랐다.

조민아 박구인 방극렬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