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정우x김남길 ‘클로젯’ 익숙한 벽장 공포가 새로워지는 법

입력 2020-01-29 16:56 수정 2020-01-29 17:46

벽장에 얽힌 공포담은 익히 보고 들었다. 결코 신선한 소재는 아니라는 얘기다. 한데 이 영화는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관객을 몰고 간다. 쩌릿한 긴장감 안에 절절한 드라마를 담아낸 영화 ‘클로젯’이다.

‘클로젯’의 연출을 맡은 김광빈 감독은 29일 서울 용산수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 가지 감정으로 끝나는 영화가 되지 않길 바랐다. 주인공 상훈이 가족에 대해 뭔가를 깨닫게 됐으면 했다. 장르적인 포장 안에서 제가 하고자 하는 드라마를 펼치자는 게 처음부터 구상한 계획이었다”고 말했다.

다음 달 5일 개봉하는 미스터리 공포 드라마 ‘클로젯’은 이사한 새집에서 딸(허율)이 벽장 속으로 흔적도 없이 사라진 이후, 딸을 찾아 나선 아빠 상원(하정우)에게 사건의 비밀을 알고 있다는 의문의 남자 경훈(김남길)이 찾아오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후반부로 접어들수록 감독의 독특한 상상력이 빛을 발한다.


경훈 역을 맡은 배우 김남길을 “거창하게 이야기하면, 우리나라에서 이런 장르가 많이 소외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계 선배님들과 만나면 항상 소재의 다양성이나 확장성에 대한 얘기를 많이 하는데, (하)정우 형이 이런 작품을 제작한다는 것에 큰 애착을 느껴 참여하게 됐다. 원래 공포영화를 잘 못 보는 편인데 시나리오를 함께 만들어가는 재미도 있었다”고 말했다.

상훈 역의 하정우는 주연배우 겸 제작자로 참여했다. 극 중 아이를 잃은 아버지를 연기한 그는 “자식을 잃은 심정을 표현하는 게 가장 어려웠다. ‘어느 정도이겠거니’ 머릿속으로 짐작할 순 있지만 직접 경험해보진 못했기 때문이다. 자녀가 있는 친구들의 얘기를 들어보니 아이가 제 목숨과 바꿀 수 있을 만큼 소중하다더라. 그런 마음을 온전히 표현하기 위해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김 감독과는 데뷔작 ‘용서받지 못한 자’(2005)에서 주연배우와 동시녹음 담당으로 처음 만났다. 하정우는 “내 차에 동시녹음 장비를 싣고 다녔던 터라 늘 퇴근길을 함께했다. 그때 난 아무것도 아닌 신인배우였는데 둘이서 ‘나중에 상업영화에서 만났으면 좋겠다’고 꿈꿨다. 이 작품으로 그 꿈을 이루게 됐다. 개인적으로는 단순히 작품을 내놓은 것 이상의 성취감을 느낀다”고 했다.


김 감독 역시 “15년 전 하정우 배우에게 ‘형이랑 언젠가 같이 하고 싶다’고 말씀드렸을 때 ‘당연하지, 너랑 같이 했으면 좋겠다’는 대답을 받았었다. 그런데 내가 군대에 있을 때 정우 형이 TV에서 스타가 되는 걸 보고 ‘나만의 꿈이 되겠구나’ 낙담했다”고 웃으며 “이렇게 같이 작품을 하게 되다니, 오랜 꿈이 현실이 되어 행복하다”고 화답했다.

하정우와 김남길의 첫 만남으로도 기대를 모은다. 하정우는 “둘 다 활달한 스타일이어서 코미디 같은 장르에서 만났더라면 더 큰 즐거움을 드릴 수 있었을 것 같다. ‘클로젯’은 웃음기가 없는 영화라 절제하느라 힘들었다”고 웃었다. 김남길은 “둘이 너무 잘 맞았다. 코믹한 모습들은 그동안 정우 형이 보여준 모습들을 참고했다. 먹방에 대한 조언도 받았다”고 첨언했다.

영화는 아동소외나 아동학대 같은 무거운 주제를 건드린다. 다만 김 감독은 “아동학대로 규정지어서 이야기를 만들고 싶지 않았다. 현대의 가족상, 부모와 자식의 관계, 그리고 그것이 틀어졌을 때 얼마나 무섭고 끔찍한 일이 벌어지는지를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긴장감, 짠함, 슬픔, 심지어 재미까지, 다양한 감정을 느끼실 수 있는 영화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