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기자와 갈등을 빚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을 두둔하고 나섰다. 기자에게 폭언을 쏟아 부은 폼페이오 장관이 도리어 훌륭한 대응을 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에게 불리한 언론 보도를 ‘가짜 뉴스’라고 싸잡아 비난하는 등 적대적인 언론관을 갖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미 정치전문매체 더힐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28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중동평화구상을 발표하던 도중 폼페이오 장관을 호명하며 “아주 인상적이었다. 그 기자는 당신에게 그렇게 잘하지 못했지만 당신은 그에게 아주 훌륭한 일을 해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잘했다. 고맙다, 마이크. 훌륭하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 발언을 하자 기자회견장 안에서는 폭소가 터졌다고 한다. 폼페이오 장관이 밝게 웃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 24일 미 공영라디오 방송 NPR과 인터뷰하는 과정에서 실랑이를 빚었다. 인터뷰를 진행한 매리 루이스 켈리 기자가 ‘우크라이나 스캔들’ 관련 질문을 던지자 폼페이오 장관은 “답변할 것이 없다”고만 답했다. 켈리 기자가 집요하게 캐묻자 폼페이오 장관은 노골적으로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인터뷰 종료 이후 켈리 기자를 개인 접견실로 불러 폭언을 쏟아냈다고 한다. 켈리 기자에 따르면 폼페이오 장관은 “미국 국민들이 우크라이나에 관심을 보일 것 같으냐”고 욕설까지 섞으며 항의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우크라이나가 지도상에서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 아느냐”고 물으며 보좌관에게 지도를 가져오도록 지시하기도 했다.
켈리 기자가 이 사실을 폭로하자 폼페이오 장관은 국무부 차원의 성명까지 내며 강하게 대응했다. 국무부는 켈리 기자가 언론인으로서 기본 원칙과 품위를 잃었으며 접견실 대화를 비보도로 한다는 약속도 지키지 않았다고 비난했다. 성명은 “고삐 풀린 언론이 트럼프 대통령과 이 행정부를 음해하려는 모의를 하고 있다”고도 했다.
이어 국무부는 지난 27일에는 NPR 소속 기자 1명이 국무장관 전용기를 타고 폼페이오 장관의 우크라이나 출장을 수행하지 못하도록 조치를 내렸다. 이에 국무부 출입기자단은 불허 조치를 비판하며 국무부가 해당 기자의 장관 전용기 탑승 불허를 재고해달라고 촉구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