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전 세계로 확산하는 가운데 캐나다에서는 중국을 다녀온 가족이 있는 학생들의 등교를 금지하도록 하자는 청원이 등장했다. 바이러스보다 거센 반(反)아시안 감정이 출몰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최근 중국에서 돌아온 가족이 있는 학생들의 교실 출입을 통제해달라는 청원이 캐나다에서 등장했다고 28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해당 청원은 토론토 북부 요크리전 교육위원회에 등록됐으며 9000명 이상이 서명했다.
현재까지 캐나다에서 확인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는 3명이다. 세 사람 모두 이 바이러스의 발원지인 중국 후베이성 우한을 다녀온 것으로 확인됐다.
첫 번째 확진자는 50대 남성으로 지난 22일 토론토로 돌아왔다. 비행 중 있던 감기 증상이 악화하자 자발적으로 병원을 찾아 감염자 확진 판정을 받았다. 추후 검사에서 동행했던 이 남성의 아내 역시 확진자로 판별됐다.
이날 현지 보건 당국에 따르면 지난주 우한에서 벤쿠버로 귀국한 40대 남성이 세 번째로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 남성은 업무차 중국을 정기적으로 방문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미 토론토 차이나타운에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겨 한산해진 상태다.
로이터는 “캐나다에서는 지금껏 확진자가 3명밖에 나오지 않았지만 그보다 훨씬 심각한 반 아시안 감정이 창궐할 우려가 크다”며 “이는 2000년대 초반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때를 떠올리게 한다”고 염려했다.
2002~2003년 토론토 지역에서는 사스로 인해 44명이 사망했다. 아시아 이외 지역에서 사스로 인한 사망자가 나온 나라는 캐나다가 유일했다. 사스 발병 기간 동안 캐나다 내 중국 사업체들은 감염에 대한 우려로 인해 1억 달러가량의 피해를 본 것으로 추산된다.
요크리전 교육청은 이번 청원에 대해 “학생들과 가족들의 염려를 이해한다”면서도 “누구라도 해당 바이러스를 전염시키거나 전염될 수 있다. 지금의 상황이 유감스럽게도 증오와 고정관념에 근거한 차별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밝혔다.
‘사회정의를 위한 중국계 캐나다인 위원회’의 에이미 고 대표대행은 해당 청원에 대해 “사스 때 벌어졌던 일과 정확히 같다”며 “우리는 비이성적인 두려움과 공황에 압도당하지 않도록 자신을 단속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 같은 사회 분위기에 일부 중국계 거주자들은 스스로를 단속하는 모양새다.
토론토 지역 중국계 캐나다인 폴리 초우는 지난 27일 자기 아들이 다니는 학교에 많은 학생들이 등교하지 않았다면서 이들은 모두 아시아계였다고 전했다. 초우는 자신도 해당 청원에 찬성할 뿐만 아니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가 발생한 지역을 방문한 가족이 있는 학생은 15일간 자가 격리를 하라’는 학교의 비상 지침에도 찬성한다고 말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남아시아와 중국계 커뮤니티는 캐나다에서 가장 큰 소수인종 집단이다. 캐나다 전체 인구의 5%가량이 중국계 혈통이다.
박실 인턴기자